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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 규제에도 ‘고객 유치’

- 어린이보험 중심 ‘반값 마케팅’

- “또 다시 출혈경쟁 본격화 되나”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무·저해지 보험상품 판매가 두 달 새 25억원 이상 증가했다. 무·저해지 상품은 가입자가 보험료 납입 기간에 해약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20~30% 저렴한 상품을 말한다. 주로 사망이나 암, 질병, 상해 등을 보장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다보니 예·적금과 같은 저축성 형태로 둔갑해 팔리면서 불완전판매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했지만 개정 신상품 출시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차 경쟁이 치열해 지는 양상이다.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주춤했던 손보사들의 무·저해지 보험 판매가 지난 2월부터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에서 전속 설계사 채널을 통해 판매된 무·저해지 보험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1월 22억원에서 3월 말 기준 47억5,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대리점(GA)에서도 같은 기간 판매액이 55억원에서 116억원으로 늘었다.

무해지보험은 보험 계약 중도 해지 시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없는 상품이다. 대신 보험료를 적게 내는 구조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험은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보험금을 일부 돌려주는데, 무해지보험은 환급금이 없다. 금융위원회는 무해지환급금 보험 상품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2015년 말 판매가 시작돼 2019년엔 200만건이 넘는 상품이 팔렸다.

이 상품은 보험료가 일반 상품보다 20~30% 저렴해, 특히 20~30대 젊은 세대 사이에 가성비 좋은 보험으로 인기를 끌었다. 저해지보험은 중도해지 시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일반 보험보다 50%까지 낮은 상품을 의미한다.

무해지 혹은 저해지 구조로 판매되는 상품은 최근까지 영업일선에서 저축성 보험으로 둔갑해 판매되면서 중도 해지 과정에서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한 소비자 민원이 지속돼왔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당국은 무·저해지보험의 해지 환급률을 표준형 보험과 같거나 낮게 설계하도록 했다. 무해지보험은 일반 보험과 환급금이 같은데 보험료가 싸 만기엔 환급률(환급금을 보험료로 나눈 값)이 더 높다. 사실상 판매를 중단하도록 한 것. 하지만 일부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상품 이름을 변경하는 방식을 통해 또 다시 판매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올 3월부터 DB손해보험은 보장범위와 가입연령을 확대한 ‘아이러브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비갱신형 세만기임에도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하도록 무해지 플랜을 적용한 상품이다. 중도 해지시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없는 형태다. 10세 기준으로 설계 시 20년납 표준해지형 보험료 대비 27%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리스크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를 향후 보험금 지급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립금을 쌓아야 한다. 고객이 보험을 중도 해지할 경우 돌려줘야 할 보험금이 발생하는데, 특히 무해지 상품의 경우 지급할 보험금이 없지만 적립된 재원을 보험사 가용자본으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 등 보험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받는데, 대비하기 위한 적립금 부담이 늘고, 리스크 산출 기준도 까다로워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싼 보험료를 표면에 내세워 가입자를 유인하지만 중도해지 시 돌려받는 보험금이 없을 수 있고, 가령 중도해지가 적을 경우 보험사 입장에선 적립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쌓아야 하는데, 눈앞에 판매 실적을 위해 개정 출시와 같은 꼼수를 부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20~30년으로 만기가 긴 편인데, 상품별로 특성이 다를 순 있고 보장형이기에 가입과정에서 만기까지 추후 돌려받는 보험금이 없도록 가입자 스스로 가입설계를 할수도 있지만, 어찌됐던 중도해지가 비율이 적다면 보험사 입장에선 리스크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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