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본사 'T타워' ⓒSK텔레콤
▲SK텔레콤 본사 'T타워' ⓒSK텔레콤

- 자사주 10% 소각

- SKT 분할 후 투자회사 신설

[SRT(에스알 타임스) 김경종 기자] 인적 분할 계획을 밝힌 SK텔레콤이 자사주를 소각했다.

자사주는 기업 분할 시 오너 지배력 확보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불린다. SK텔레콤은 미리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추후 합병은 없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인적 분할 후에서도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로 남아있어, 장기적으로 신설 투자회사와 그룹 지주회사 간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공정경제3법으로 내년부터 신설 지주회사가 소유해야하는 자회사 지분 비율이 30%로 늘어나면서 연내 추진 가능성도 남아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텔레콤는 자기주식 868만5,568주를 소각한다고 4일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10.76%로 약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소각 후 SK텔레콤의 발행주식 총수는 8,074만5,711주에서 7,206만143주로 감소했다. 이 회사는 자사주를 11.7%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소각으로 1% 수준으로 감소하게 됐다.

SK텔레콤의 자사주 소각은 인적 분할안과 맞물려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라는 자사주 활용도를 스스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서 제기되는 SK텔레콤 신설투자회사와 그룹 지주회사 SK와의 합병은 없다는 회사 측의 선언으로도 읽힌다.

앞서 SK텔레콤은 회사를 ‘AI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가칭)’와 ‘ICT 투자전문회사(가칭)’로 인적 분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간지주사가 될 투자전문회사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 비 통신회사가 들어서며, 사업회사인 'AI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에는 SK브로드밴드 등 주력 통신 부문이 위치한다.

존속법인은 'AI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이며 투자전문회사가 신설법인으로 분할된다. 회사 측은 "이번 인적분할이 통신과 비통신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는 기업 분할과 합병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이 자기 주식을 소유하면 그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사라진다. 통상 기업은 자기 주식을 사들여 소각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거나, 경영권 방어용으로 우호 세력에서 자사주를 넘기는 등으로 활용한다.

기업이 인적 분할하면 자사주는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부활한다. 이때 자사주는 존속법인으로 갈수도 있고, 신설법인으로 갈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든 분할 법인끼리 모자 관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후 신설 투자전문회사와 그룹 지주사 SK의 합병 시 대주주는 사업회사의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고 기존 자사주 비율만큼 추가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는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이런 시중의 우려를 없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합병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 주식 가치를 올리는 역할도 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중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SK그룹이 신설 투자전문회사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올해 안에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경제3법 통과로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의무 보유 지분율이 상장회사의 경우 20%에서 30%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추가로 필요한 SK하이닉스 지분은 10% 수준으로, 이날 종가 기준 약 9,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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