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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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성 자산으로 '머니 무브'

- “자산 가격 폭락, 금융권 부실리스크”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9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할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선 막차 대출 수요로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주식·가상화폐와 같은 고수익 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쉽사리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금리가 상승무드를 타면서 덩달아 대출금리도 인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성 목적의 대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한층 더 고조된 상태다. 투기성 대출의 부실위험성이 높은데, 고스란히 금융권의 리스크로 되돌아 올 수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금융당국의 만기연장 또는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정상화 될 시기와 맞물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8,6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 681조6,357억원 보다 9조2,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월별 증가폭으로 보면 2월 3조7,900억원, 3월 3조4,000억원과 비교해 세 배 이상 폭증한 상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부동산 시장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주춤했지만 가상화폐 투자나 주식 공모주 청약 열기에 따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83조8,738억원으로 1개월 증가폭이 7,056억원에 그쳤다. 반면 해당기간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6조8,401억원이나 급증했다. 개인 신용대출은 시중은행 집계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을 보인 지난해 11월(4조8,495억원 증가)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갈아치웠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 잔액 급증은 SKIET 공모주 청약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SKIET 청약이 월 마지막 평일에 걸려 있고 청약금 잔액 환불이 5월 초여서 월말에 대출 잔액이 많이 늘어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출금리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3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88%로 2월(2.81%)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3.61%에서 3.70%로 0.09%포인트,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66%에서 2.73%로 0.07%포인트 올라 각각 2개월,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높아진 대출이자를 감내하더라도 투기를 위한 대출수요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을 부여하는 분위기다. 대출목적에 대해 은행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단 점 등에서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단순 신용대출로 가상화폐에 이른바 ‘몰빵’을 하는 20·30세대의 ‘머니무브’ 양상에서 부실 리스크가 한층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조사대상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614조7,991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2조8,814억원이나 급감했는데, 쥐꼬리 예금 이자 대신 주식·가상화폐 등을 찾는 투자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만 놓고 보더라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주변 소식에 흔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명확하게 공시된 사실도 아닐뿐더러 자산 가격만 올리는 비정상적인 현상만 벌어지고 있지 않느냐”며 “거품이 빠지는 순간 순식간에 손해를 볼 수 있는데다 이럴 경우 소위 영끌·빚투 족들의 대출 상환이 원활히 이뤄질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기예금 잔액 감소추세를 보면 결국 자금의 이동이 투기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도 7월부터 시행되기에 막차 수요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달 안에 무주택자, 청년층의 주거사다리 금융지원 확대방안들이 발표될 예정인데, 20·30대를 겨냥하고 있어 대출 완화 부작용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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