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이호영 기자]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본부장이 롯데 이커머스 사업부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롯데의 최종 이베이코리아 인수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거론되는 어느 다른 인수 후보보다 오프라인 전통 강자로서 가진 게 많은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서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현재의 롯데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이마트와 SK텔레콤, MBK파트너스보다도 재계 5위 롯데 인수 행보에 대해 유독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 적격 후보자 명단엔 이마트와 롯데쇼핑, SK텔레콤, MBK파트너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5~6월 본입찰은 4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문제점으로 사업 전략 부재를 꼽고 있다. 지금까지 롯데 행보를 보면 인수해서 뭘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이 보이지 않고 그같은 기대감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인수한다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상승과 반짝 이슈 몰이 정도에 그칠 뿐 실제 매출이라든지 사업 시너지 등 소기 목적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대책 없는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세계 이커머스 행보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두 가지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사업이 '코로나19'를 발판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오픈마켓으로 유입율을 높이고 확장하는 전략으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롯데는 무엇보다 인수 과정과 이후 사업 전략을 제시하고 주도할 수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신세계는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 오프라인과 SSG닷컴 온라인 모두 총괄하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는 이커머스 수장이 있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롯데가 당초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은 수장 경질"이라며 "한창 매각 입찰 진행 도중 이커머스 사업부 대표 사임이라는 사태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장이 있더라도 현재 롯데 조직 내에서는 제대로 빛을 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커머스 수장에게 전권을 주고 무엇을 하든 계열사 사장단 전부 승인하고 지지해주는 상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롯데닷컴부터 롯데아이몰 등 각 계열사별 온라인몰을 운영해온 게 한두 해가 아닌데 소속 이커머스 전략 인력이 적어도 시장 분석과 전략을 내놨을 테지만 최고 결정 단계까지 반영되지 않았다면 그게 바로 롯데 조직 한계일 것"이라고 했다. 

의사 결정부터 실행까지 과정이 네이버 등 이커머스 조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대표가 의지를 표명하고 이커머스를 완성하는 데 6개월, 이커머스 시장을 요동시킬 대형 제휴만 잇따라 완료하는데 6개월, 모두 1년이면 충분했다는 게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업계는 "롯데가 전통 오프라인 강자로서 아예 이커머스는 체질적으로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인하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손 떼고 완전히 맡겨버려야 한다"며 "인수했는데 롯데가 그렇게 하려고 할지, 결국 롯데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온라인에 적극적인 신세계와는 다른 의미에서 현대백화점도 잘 할 수 있는 오프라인에 집중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예 투자를 온오프라인 양쪽으로 분산하지 않고 '더현대 서울'과 같은 초대형 점포 등 오프라인에 확실하게 화력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상태를 지속하는 한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지 않아도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거래액 7조 6000억원 가량인데 7개 계열사 온라인 물량을 전부를 합해도 거래액 6조원대 위메프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재 롯데의 온라인 비전은 구호에 불과할 뿐 이렇다 할 성과가 없이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정말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어중간하게 온라인을 걸치고 가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애초 온라인도 선두를 치고 나왔던 롯데가 이렇게 된 데는 형제의 난 등 일련의 사태가 지적된다. 2013년 즈음 신동빈 회장이 옴니 채널을 강조하며 드라이브를 걸었고 롯데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가시화했지만 이후 검찰, 공판 등이 잇따르며 실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단지 업계는 "롯데가 스스로 이커머스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커머스 수준 자체가 10년 전과는 놀랄 만하게 달라졌다"며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많은 논란을 일으켜온 이커머스 쿠팡이 실제 아웃컴을 보여줬다"고 했다. 

무엇보다 업계는 "시장, 환경도 만들어졌고 이제 소비자도 시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업계는 "당초 자신했듯 롯데는 분명히 물류를 비롯해 유통 온오프라인 자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온라인 비전을 주도했던 때처럼 의지를 갖고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구심점을 만든다면 얼마든지 반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롯데가 그같은 구심점을 만들고 힘 싣는 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커머스업계는 "이커머스 쿠팡도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했지만 어느 누구도 앞으로 길이 평탄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모든 게 쉬운 것은 없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몫은 각 기업에 달린 만큼 비단 이베이코리아 매각건뿐만 아니라 전통 유통 강자 롯데가 확대되는 이커머스 시장 등에 어떻게 대응하고 행보를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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