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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전업 7개사…당기순이익 2조원 ‘육박’

- 가맹수수료 재산정 논의 가시화…불황형 흑자에 ‘한숨’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뒀지만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황이 지속돼 인력을 감축하고 소비자 혜택이 큰 ‘혜자 카드’를 없애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여 이뤄낸 흑자이기에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17일 각 카드사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의 잠정 당기순이익은 총 1조9,917억원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27.6% 증가한 액수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두고 업계는 ‘불황형 흑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업계 1위사인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6,06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전년보다 977억원(19.2%)이나 늘었는데 증가분을 보면 516억원 가량이 판매관리비를 줄여 발생한 이익이다.

삼성카드 역시 15.9% 늘어난 3,988억 원의 순익을 올렸지만 매출은 2.2% 증가한 것에 그쳐 비용 효율에 따른 순익 증가를 이뤄냈다.

특히 롯데카드는 전년보다 128.9%나 순익이 늘었는데, 지난해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200여 명 회사를 떠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영업실적과 비례를 이루는 모집인 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조사대상 카드사의 카드 모집인은 지난해 말 9,217명으로 1년 새 20% 가까이 줄어 처음으로 1만 명 아래까지 떨어졌다.

◆ ‘고비용’ 탈피 호실적…“가맹점 수수료 인하 구실될 수도”

카드업계는 적격비용이 낮아질 수 있단 것에 표정이 밝지 않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논의를 앞둔 상황에서 카드사의 비용 절감과 이익 증가가 오히려 추가 수수료 인하의 구실이 될 수 있어서다.

3년 주기로 산정되는 적격비용은 카드 결제가 발생할 때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를 나타내는 금액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할 때 ‘원가’ 역할을 한다. 2022년부터는 새롭게 산정한 적격비용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산정된다. 올해 초부터 관련 TF(태스크포스)가 가동되고, 적정한 적격비용 산정을 위한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간 논의가 1년여 동안 진행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정치권에서 제기된 이익공유제를 보면 이해 할 수 없다”면서 “재난지원금 등으로 혜택을 봤으니 가맹점 수수료 등을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시스템 정비’에 든 수십억원은 누가 보전해줄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가 아니었던 2017년에도 우대 수수료가 적용되는 가맹점이 전체의 96.1%까지 확대된 바 있다”면서 “카드사의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이미 하향세인데 여력이 없단 것을 금융당국이 공감해 줄 필요도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9년 수수료 이익은 1년 만에 2,398억원 줄었고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 945억원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적격비용에 마케팅 비용도 포함되는데 이미 당국이 마케팅 비용 등을 반강제적으로 축소하라고 권고한 상황에서 비용절감을 이뤄냈다고 이를 구실로 가맹점 수수료율 자체를 줄이자고 한다면, 먹거리가 없는 카드사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밖엔 볼 수 없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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