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의 엄마손맛
▲ⓒ김수미의 엄마손맛

 

​반찬가게가 각광받는 시대다. 몸에 좋은 음식과 반찬은 마음도 건강하게 한다. 한의사 김대복 박사가 순수와 아름다운 맛이 숨 쉬는 수미(粹美) 반찬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설을 앞두고 김수미의 엄마손맛 등 일부 반찬가게에서는 상차림 예약을 받고 있다. 그런데 예약 반찬 중에는 거의 예외 없이 고사리가 포함돼 있다. 차례상에 올리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고사리는 언제부터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랐을까.

​그 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고려와 조선의 왕실 제사에 고사리가 올랐음은 확인된다. 차례상과 제사상은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매뉴얼처럼 된 음식에다 지역 특산물이 가미되기 때문이다. 바닷가는 해산물, 산간 지역은 나물류가 더 곁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조상을 섬기는 제사는 유교 불교 민간신앙 등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화 이전에 인간의 본능이다. 사람의 인지가 깨어나면서 원시적 제사가 시작됐다. 최초의 제사 상차림은 현주(玄酒)다. 그저 물 한잔을 올려서 조상을 기렸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제사 음식의 관행적 규칙이 마련된다. 특히 예학이 확립된 조선 후기에는 진설도로 일반화된다.

제사 음식 종류는 왕실에서 사대부에게, 다시 민중에게 전파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고사리를 올리는 풍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고려의 제사 상차림을 받아들인 조선의 왕릉 속절향(俗節享)에서는 나물류로 고사리채가 도라지채 표고채와 함께 올려졌다. 고사리채와 표고채는 익혀서 무친 숙채이고, 도라지채는 익히지 않고 생으로 무쳐서 진설했다.​

속절향은 정초 한식 단오 추석 동지에 지내는 제사다. 그러나 왕의 기신제향 때의 진설에는 나물류가 포함되지 않는다. 왕가의 진설은 사대부가 받아들였다. 영조 때의 문신인 도암 이재가 쓴 사례편람(四禮便覽)에 고사리 진설 위치가 나온다. 조선 후기의 예학서인 증보사례편람, 사례집의, 광례람 등에도 같은 내용이 보인다.

​고사리 진설은 무엇보다 산야에 흔해 구하기 쉬운데 있다. 또 유교의 영향도 크다. 유교에서는 죽은 사람도 산 사람을 대하 듯 모신다. 유학자들은 예기(禮記)의 “예(禮)는 3을 중시한다”는 문구를 의식했다. 제사 때 삼색과일 삼색나물을 올리는 배경이다.​

삼색나물 중 흰색은 뿌리를 사용하는 도라지나 무나물, 검은색은 줄기를 먹는 고사리, 푸른색은 이파리를 쓰는 시금치나 미나리다. 삼색나물에서 뿌리는 조상, 줄기는 부모, 잎은 자녀로 의미 부여된다.​

고사리 음식 기원은 몇 가지 속설이 더 있다. 그 중 하나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옛이야기다. 이들은 망한 나라 은나라를 생각하며 수양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다 죽었다. 이후 정신을 맑게 하는 고사리는 지조(志操)의 음식이 돼 제사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고사리를 한자로 흥미롭게 푸는 해석도 있다. 높은 이치에 닿는 의미인 고사리(高事理)다. 모두 조상을 기리고, 후손의 삶을 다짐하는 상징성이 있다.

​고사리 진설은 현실적인 의미도 강했다. 옛사람은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다. 이때 단백질이 풍부한 고사리는 대중성 높은 먹거리로 요긴했다. 민간에서는 열이 나고, 소변을 잘 보지 못하고, 설사가 날 때 고사리로 응급처방 했다. 제사상을 떠나 삶에 아주 중요한 식품이었다.

고사리는 무침이나 볶음과 함께 육개장, 해물탕 등에 넣기도 한다. 고사리 밥, 고사리 떡도 별미다. 상급 식재료답게 단백질 외에도 철분, 칼슘 등 무기질 영양소가 풍부하다. 한의학의 약재명은 궐(蕨)이다. 달고 차가운 성질이다. 해열, 해독, 담 제거, 경락 막힘 해소 효과가 있다. 피부가려움, 야뇨증, 고혈압 약재로도 활용된다.

 

 

▶글쓴이 김대복

반찬가게 프랜차이즈 ‘김수미의 엄마 손맛’을 운영하는 식치기업 씨와이비(CYB)의 대표이사다.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 원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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