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각적 연출의 웃음 요소 가득한 ‘틴워맨스 영화’
- 미드 ‘하우스’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 첫 장편 영화 감독 데뷔 작품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1973년 작품인 영화 ‘청춘낙서’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4명의 친구들이 벌이는 하룻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연출을 맡은 조지 루카스 감독은 60년대 히피 문화, 크루징 등 자신이 경험했던 젊은 세대 유행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THX1138’의 흥행 실패 이후 상업영화로는 첫 성공을 거둔다.
‘북스마트(원제: Booksmart)’도 ‘청춘낙서’와 비슷하게 고등학교 졸업반인 두 친구가 벌이는 광란의 하룻밤을 담아낸 영화다. 차이점이 있다면 2019년을 시점으로 현 시대의 유행을 반영해 LGBT 요소가 가미된 감각적인 ‘틴워맨스 무비’로 재탄생했다는 점이다.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코믹함을 선보이는 ‘몰리’(비니 펠드스타인)와 ‘에이미’(케이틀린 디버)는 영혼을 공유한다고 봐도 좋을 만큼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몰리는 스펙을 쌓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공붓벌레 소녀다. 아이비리그 진입이 인생 목표였던 그녀는 예일대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런 몰리의 단짝 에이미 역시 못지않은 모범생으로 콜롬비아대 입학 전 아프리카 여성들을 돕기 위해 보츠와나로 자원봉사를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책과 공부밖에 모르는 두 헛똑똑이 몰리와 에이미는 졸업 전날 교장인 ‘브라운’(제이슨 서디키스)을 찾아가서는 학생회 인수인계와 연말결산을 요구한다. 하지만 학교 수업 마지막 날까지 원리원칙을 따지는 두 학생이 귀찮았던 교장은 그녀들을 문전박대 한다. 이렇게 원칙과 공부만 생각하는 로봇 같은 두 사람이 다른 학생들에게 인기 있을 리는 만무했다.
에이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 그녀는 에이브릴 라빈 스타일의 ‘라이언’을 마음속으로 깊이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 고백할 용기를 못내 힘이 빠져 있는 에이미에게 몰리는 대학 들어가면 여자들이 줄을 설 거라면서 위로한다.
한편 몰리는 우연히 자신을 뒤에서 조롱하던 학생들을 발견하고 졸업 후 그들의 인생 위에 올라설 것임을 자신 있게 그들 앞에서 선언한다. 하지만 꼴찌에 문제아일 것만 같았던 그들 모두는 몰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말로 그녀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몰리는 세상 무너질 듯한 큰 충격에 휩싸인다.
공붓벌레인 채로 졸업하고 싶지 않았던 몰리는 공부와 놀기 양쪽 모두를 이루기 위해 학생회 부회장인 ‘닉’의 졸업 파티에 가자며 에이미를 설득한다. 원칙을 고집하며 사고 치기 싫다고 버티는 에이미. 그러나 몰리 입에서 여성 인권 운동가 수잔 B. 앤서니 이름이 나오자 그 깐깐함이 한풀 꺾인다. 거기다 “커밍아웃 2년 동안 키스도 못 해봤잖아”라며 정곡을 찔리고, 파티에서 짝사랑하는 라이언에게 고백할 좋은 기회라는 말까지 듣자 그대로 설득당하고 만다.
남들이 4년 놀았던 거 하루 만에 따라잡자고 외치며 의기양양하게 파티장으로 향하는 몰리와 에이미. 하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은 완벽할 것만 같은 이 멋진 계획에 큰 문제가 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허둥대기 시작한다.
◆ 아는 만큼 보이는 코미디와 황석희 번역가의 센스 넘치는 번역
십 대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인 두 소녀가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벌이는 단 하룻밤 동안의 소동을 다룬 여성 버디 코미디 영화 ‘북스마트’는 지금까지 나온 틴에이지 코미디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일 만큼 유쾌하고 감각적인 만듦새를 보여준다.
영화에는 미리 알고 보면 폭소할 수밖에 없는 웃음 유발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으며, 문화적·언어적 차이로 웃기 힘든 부분까지도 황석희 번역가의 매끄럽고 센스 있는 번역을 통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코미디 시트콤 ‘프렌즈’의 리사 쿠드로가 에이미의 엄마 역으로 깜짝 등장해 그들의 자식 세대 이야기임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조연 캐릭터인 ‘지지’(빌리 로드)와 ‘제러드’(스카일러 거손도) 등 다채롭고 다양한 개성의 인물이 주는 웃음과 매력도 상당하다.
다만 웃음 포인트의 상당 부분이 미국문화에 기반한 코미디인 점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소재는 아닌 만큼 영화적 재미와 선호도에 있어서는 관객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웃음 코드만 맞는다면 엔드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음악에서는 리조(Lizzo),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ette), 퍼퓸 지니어스(Perfume Genius) 등의 매력적이고 트렌디한 OST를 들려준다.
의학 드라마 ‘하우스’를 비롯해 ‘트론: 새로운 시작’, ‘인 타임’, ‘그녀’, ‘리차드 쥬얼’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인 올리비아 와일드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북스마트’는 제 77 회 골든글로브를 시작으로, 제 73 회 영국아카데미, 제 25 회 크리틱스초이스 등 전 세계 50여 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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