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대표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 출연작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으로 전국적 폭력 사태가 지속 됨에 따라 군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06년부터 약 2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정을 실시한다. 이에 모국의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는 수많은 사람이 난민이 되어 인도, 아시아, 유럽 등지로 흩어졌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파힘’(아흐메드 아사드)의 가족 역시 이 환란에 휘말린다. 파힘의 아버지 ‘누라’(미자누르 라하만)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서 아들의 납치 위기 등 정치적 위협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누라는 프랑스에 입국해 체류증과 일자리를 구하면 나머지 식구들도 불러들일 계획을 세우고 우선 아들 파힘과 함께 망명길에 오를 것을 결심한다. 체스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파힘에게는 프랑스의 체스 그랜드마스터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그 사실을 숨긴다. 마냥 기뻐하던 파힘은 어머니와의 생이별과 험난한 밀입국 과정을 겪으며 점점 이것이 체스 그랜드마스터 만을 만날 목적의 프랑스 여행이 아님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프랑스에 도착한 부자는 곧 냉혹한 불법체류자의 현실을 경험한다. 두 사람은 운이 좋게도 적십자에 의해 난민 보호소에 수용된다. 누라는 정치적 망명 요청 통과를 기다리며 파힘을 보호소 근처에 있는 크레테이유 체스 클럽에 다니게 한다. 그곳에서 파힘은 뛰어난 실력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체스 선생 ‘실뱅’(제라르 드빠르디유)과 그와 함께 클럽을 운영하는 친절하고 인자한 ‘마틸드’(이자벨 낭티)를 만난다.
하지만 괴팍한 성격의 살뱅은 파힘에게 매몰차다. 파힘 역시 처음에는 그런 살뱅과 대립하지만 곧 두 사람은 훌륭한 스승과 천재적 재능을 가진 제자 사이가 된다. 파힘은 비상한 머리로 금방 프랑스어를 익히고 강한 친화력으로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누라와 파힘의 망명 요청은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의 벽에 부딪힌다. 프랑스는 1789년 시민혁명 이후 평등주의와 사회연대에 기반해 정책을 펼쳐온 긴 역사만큼이나 제도적으로도 철저한 검증 과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누라는 정치적 망명을 증명할 자료 제출에 애를 먹었고, 프랑스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망명 요청은 기각됐고 누라는 국외 추방의 위기에 놓였으며, 파힘은 위탁가정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태를 맞이한다.
그 와중에 파힘은 지역대회에 출전해 천부적인 체스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결국 파힘은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프랑스 챔피언십 도전 기회까지 얻어낸다. 하지만 아버지 곁에 있고 싶은 파힘은 대회를 포기한 채 난민 보호소에서 쫒겨나 길거리로 나온 누라에게 간다. 한편 실뱅은 프랑스 챔피언십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가장 아끼는 제자 파힘을 찾아 나선다.
◆ 동화같은 실화가 주는 감동과 코미디의 적절한 조화
영화 ‘파힘’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2012년 12세 미만 부문에서 프랑스 체스 챔피언, 2013년에는 세계 주니어 챔피언이 된 체스 신동 파힘 모함마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전기영화다. 파힘 모함마드의 이야기는 2014년 ‘Un roi clandestine(몸을 숨긴 왕)’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극 중에서 프랑스 체스 연맹 회장 ‘페로니’ 역을 맡기도 했던 피에르 프랑수아 마르탱-라발 감독는 영화와 관련해 “동화 같은 이야기인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까지 담고 있다"며 “살면서 파리 거리에서 장미를 팔고 크레테이유 주차장에서 잠을 청하는 ‘파힘’의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체스 선생 실뱅 역의 제라르 드빠르디유는 ‘마농의 샘’(1986), ‘시라노’(1990) 등에 출연해 명연기를 펼쳤던 프랑스 대표 배우다. 그는 이 영화에서 괴짜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실뱅 역을 특유의 무게감 있는 연기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아멜리에’(2001), ‘입술은 안돼요’(2003) 등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연기력을 보여준 이자벨 낭티는 인정 많고 상냥한 마틸드 역으로 나와 따뜻함을 더한다. 또한 파힘 역의 아사드 아메드는 프랑스에 망명한 실제 방글라데시 난민 소년으로 꾸밈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파힘’은 난민 이슈를 재조명하면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 같은 이야기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내 뜻밖의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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