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대출모집인이 별도로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 상담신청이 남겨진 것입니다. 2금융권의 모든 캐피탈사가 똑같은 방식으로 인바운드(inbound)영업 중입니다.”

2금융권의 대출모집인 영업 행태를 탐사하던 중, NH농협캐피탈로부터 듣게 된 공식 답변이다. 다른 모든 금융사가 같은 방식을 차용해 영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잘못인지 되묻는 항변이다.

기자는 분기별로 쏟아지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최근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옥죄기’ 전략으로 자연스레 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한 ‘풍선효과’에 주목했다. 금융위원회 발표를 보면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만 15조7,000억원 폭증했다. 상반기(1~6월)에는 -4조4,000억원 순감하며 감소세를 보였으나 7월부터 10월까지 매달 1~2조원대로 증가규모가 확대된 상태다.

시중은행과 달리 대출모집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업구조를 띄고 있는 저축은행·캐피탈사는 모집인이 대출고객을 발굴해오면 최대 4%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금융사는 주요 포털사이트에 홍보할 수 있도록 모집인 홈페이지를 개설해주고 전화 상담신청을 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음성화 된 휴대전화번호 거래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휴대전화번호가 노출됐고, 번호를 변경했는데 바뀌기 직전 번호가 농협캐피탈 모집인 홈페이지에 도용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두고 업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식당가 등지에 남겨진 방문자 명부 등이 뒷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단 사실을 귀띔해주기도 했다. 건당 100원에서 최대 10만원에 매매되는데,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모집인들의 개별 홈페이지에 대신 전화번호를 남겨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고객 보호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단 의지표명이 먼저다. 대출수요가 있기에 고객이 모집인 홈페이지에 상담요청을 남기는데, 본인인증 절차가 필요한지 역으로 묻는다거나 모든 금융사가 동일하단 식의 농협캐피탈 답변에 문제가 없을까.

대출모집인이 탈법에 가까운 영업행태를 보이는데도 오롯이 ‘돈만 벌고 보자’는 방관적 태도는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고객을 응대하는 농협캐피탈 임직원 누구라도 자신의 번호가 도용돼 대출 영업전화를 받는다면 기쁘게 응할 수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사자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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