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히어.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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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작정 온라인 속 여자 찾아나선 프랑스인의 좌충우돌 한국 방문기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소셜 미디어가 일상에 깊이 파고 든 이후 '현실의 내 모습'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온라인 속 모습'을 따로 만들어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멋지고 아름답게 미화된 자신의 모습에 열광하는 타인의 반응을 보며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여유를 찾기도 한다.

영화 '#아이엠히어'는 소셜 미디어 속에서 알게 된 여자에게 빠져버린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이엠히어.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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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알랭 샤바)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요리사다. 단조롭고 외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그는 파티에서 만난 지인에게 장성한 두 아들을 위해 전처와 재결합해보라는 조언을 듣지만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않는다. 그러나 아들 ‘루도’(쥘 사고)가 양성애자라는 것을 그 오랜 세월동안 가족 중 자신만 몰랐다는 사실에 강한 소외감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삶의 활력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존재는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 아닌 소셜 미디어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수’(배두나)라는 여자다. 한국에 산다는 수와 대화를 통해 교감을 이어가던 스테판은 그녀가 그렸다는 그림까지 사들여 레스토랑 벽을 장식한다. 수와 영상통화도 해본다.

10대 소년처럼 마음이 들뜬 스테판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제일 먼저 그녀만을 떠올릴 뿐이다. ‘다비드’(일리안 베르갈라)는 아버지 스테판의 갑작스런 변화를 눈치챈다. 이유를 물어보지만 슈테판은 속사정을 털어놓지 않는다.

수에게 완전히 푹 빠져버린 스테판은 그녀가 한국에는 벚꽃이 피고 있다며 “같이 보면 정말 좋을텐데”라는 메시지를 보내오자 그만 정신줄을 놓고 만다. 그는 다비드에게 다짜고짜 한국으로 벚꽃 구경을 가겠다고 통보하고 레스토랑 일을 모두 떠넘긴 채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말보다 행동이 앞선 스테판은 비행기 안에서 수에게 자신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리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물어본다. 그러자 수는 별 망설임 없이 흔쾌히 스테판의 제안을 수락한다.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인천국제공항에 내린 스테판. 하지만 마중 나온다던 수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거기다 수는 스테판과의 메시지 연락조차 뚝 끊어버린다.

실제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 수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스테판은 소셜 미디어에 ‘#나여기있어요’ 해시태그를 남기며 공항 이곳저곳에서 인증사진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의 좌충우돌 한국 여행이 시작된다.

▲#아이엠히어.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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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치 러버 ‘스테판’이 찾아낸 현실

스테판은 가상의 인물일지도 모를 수를 꼭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공항 안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기다림을 이어간다. 그리고 점점 공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간다.      

술친구를 사귀고 미용실을 가고 영화도 관람하고 공연을 즐긴다. 그러면서 아들에게는 한국에서 멋진 관광을 즐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스테판이 공항에서 능수능란하게 노숙 생활을 하는 모습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터미널’(2004)의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를 떠올리게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정치적 문제로 공항 안에 남아있어야하는 빅터와 달리 스테판은 언제든 마음대로 공항을 벗어날 수 있음에도 스스로 머물기를 선택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스테판은 본업을 살려 공항 식당에서 요리를 해 보이는 등 한국인들과 소통을 활발하게 이어 나간다. 그 덕분에 그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 수는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수와의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프렌치 러버’라는 로맨틱한 별명을 얻으며 유명세도 얻게 된다.

하지만 유명해진 그에게 대중의 부담스러운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급기야 스테판은 실존인물인지 확인할 길조차 없는 여자를 만나러 한국까지 와 어이없는 소동극에 휘말려든 자신의 철없는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결국 스테판은 공항 밖으로 뛰쳐나와 수를 직접 찾아나선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 그녀의 모습을 마주한다.

▲#아이엠히어.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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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은 답답한 삶에서 자신을 벗어나게 해줄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여행에 나섰다. 하지만 머나먼 서울 한복판에 도착해 결국 그가 찾아낸 것은 ‘눈치’라는 단어를 알려주는 ‘현실’이었다.

“현실로 돌아가야죠”라는 수의 말에 스테판은 그제서야 평범한 일상에 다시 눈을 뜬다. 그는 본격적으로 진짜 한국여행에 나서며 가족과의 유대감도 되찾아간다.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원하던 것 이상의 행복을 얻게 된 것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에릭 라티고 감독은 한국을 로케이션 대상국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한국은 풍부한 문화와 예술을 가진 역동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 속 국내 촬영은 한국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여의도, 종로타워, 광장시장, 청계천 등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스테판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문 인천국제공항은 에릭 라티고 감독과 각본을 맡은 토마스 비더게인이 직접 공항에 일주일 동안 머무르며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다. 14일 개봉.

▲#아이엠히어.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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