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창구 모습 ⓒKBS뉴스화면 캡쳐
▲시중은행 창구 모습 ⓒKBS뉴스화면 캡쳐

- 이달 28일, 은행채 발행액 173조7,000억 원

- 순발행액만 44조3,041억 원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발행한 은행채가 올해 들어 39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출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전세대출·공모주 열풍에 따른 은행권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 선제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내년 역시 코로나 지원성 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 입장에선 유동성 확보가 적극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발행된 은행채 발행 규모는 총 173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행한 은행채 전체 금액(134조9,100억 원)보다 28.8%(38조79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채권을 찍어낸 금액에서 갚은 금액을 뺀 ‘순발행금액’ 기준으로 따지면 지난해 6조9,282억 원에서 이날 44조3,041억 원으로 폭증했다. 6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순발행금액이 -3,101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폭 늘어난 규모다.

올해 들어선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대출 집행이 많았던 3~5월 매달 8조5,000억~10조3,000억 원을, ‘영끌’ 수요가 몰린 7~9월에도 3조5,000억~4조3,000억 원의 은행채를 순발행했다. 이후 10월(9,600억 원) 순발행액이 크게 감소했으나, 11월에 4조800억 원으로 다시 늘었다.

이러한 증가추세는 코로나19 본격 확산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제한 조건환매부채권(RP) 매입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저금리로 은행채를 찍는 비용이 여느 때보다 낮은 것도 은행채 발행을 급격히 늘린 원인이란 설명이다. 은행채는 대부분 고정금리여서 은행 입장에서는 최대한 금리가 낮을 때 발행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재확산으로 대출수요가 지속될 수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을 관리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행보로 풀이된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비율을 말한다.

은행들은 원래 이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 왔는데,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출이 대거 집행되면서 LCR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당국은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이 규제를 85%로 완화해줬다. 올 3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LCR은 모두 기준치(10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까지 은행의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특히 정기예금이 축소되고 요구불예금마저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금융권에선 현재 전체 시중은행들의 LCR이 100% 밑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은행들은 자금의 60~80%가량을 예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의 대부분을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다”며 “은행채 금리는 보통 만기 기간이 같은 국채금리에 은행별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하는데, 은행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채권을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지금보다 어려워지면 양도성예금증서(CD)나 예금담보 CP 같은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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