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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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영국 식민지 호주 태즈메이니아 배경으로 벌어지는 추격 스릴러 영화

- 아이슬링 프란쵸시 등 출연배우들 열연…폭력의 역사 속 인류가 유지해야할 인간성 질문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아일랜드는 12세기부터 시작된 영국의 침략에 대항했다. 그러나  1542년 영국 국왕인 헨리 8세에 의해 완전히 정복당하면서 아일랜드인들은 혹독한 압제와 수탈 그리고 차별에 시달린다. 19세기 후반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와중에도 영국은 이를 구제하지 않고 방관한다.

이 시기 아일랜드인들의 반영(反英) 감정은 극에 달했으며, 일제 시대 조선인들이 만주와 시베리아로 향한 것처럼 그들도 살아남기 위해 고향 땅을 떠나는 이민선에 몸을 실었다. 그들은 각 나라의 하층민으로 흘러 들어갔다. 서구 사회의 뿌리 깊은 아일랜드계 혈통 멸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또 다른 영국 식민지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도 끔찍한 일이 자행된다. 영국인들이 원주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인간사냥에 나서면서 그 땅의 주인이었던 태즈메이나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제니퍼 켄트 감독의 영화 ‘나이팅게일(원제: The Nightingale)’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혹독함과 잔인함이 일상이던 1825년 영국 식민지 시절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모습을 그린다.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나이팅게일.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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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잃은 아일랜드인 죄수 ‘클레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클레어’(아이슬링 프란쵸시)가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부르자 군인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집중된다. 영국군 장교 ‘호킨스’(샘 클라플린) 중위의 진급 심사를 위해 온 ‘굿윈’(이웬 레슬리) 대위를 환영하기 위한 연회는 그렇게 무르익어간다.

아일랜드인인 클레어는 영국의 식민지 지역이자 유배지인 호주 태즈메이니아로 끌려온 죄수다. 그녀는 유배지 죄수를 관리하는 호킨스의 추천장 없이는 자유를 얻을 수 없어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견뎌야 한다. 남편과 갓 태어난 아기 곁에 온전히 있고 싶은 그녀는 호킨스의 횡포와 육체적 유린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

결국 클레어의 남편은 호킨스의 비열함에 자제력을 잃고 소동을 일으킨다. 이를 목격한 굿윈은 호킨스의 진급 추천을 거부한다. 호킨스는 식민지에서 자신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없다고 핏대를 세우며 항변해 보지만, 굿윈은 그를 죄수들조차 통제 못 하는 무능한 장교라며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에 못을 박는다.

이제 호킨스에게 남은 유일한 진급 방법은 머나먼 북부 론스톤으로 직접 찾아가 새 기지 장교직에 지원하는 것뿐이다. 길을 떠나기 전날 밤 그는 분풀이를 하기 위해 부하들을 데리고 클레어의 집을 습격한다. 폭주하는 호킨스 무리는 클레어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잔인하게 짓밟고 빼앗아 버린다.

▲나이팅게일.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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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식민지 시절 호주의 잔혹했던 과거사 담아

밤사이 일어난 참극의 진실을 묵살당한 클레어는 법도 정의도 없는 세상에 맞선다. 그녀는 직접 호킨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기 대신 총을 가슴에 품고 그를 추격한다. 길잡이 없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험난한 길이기에 원주민 ‘빌리’(베이컬리 거넴바르)의 안내를 받는다. 한편 자기절제를 하지 못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약자에게 폭력을 행하고 겁탈로 욕정을 푸는 호킨스는 론스톤으로 향하는 위험한 길 위에서도 그 악행을 멈추지 않는다.

클레어는 아일랜드 출신 죄수이기에 백인 사회에서 밑바닥 위치지만 그런 그녀도 빌리의 등 뒤에 총구를 겨누고 그를 멸시한다. 클레어 역시 다른 백인들과 마찬가지로 원주민 빌리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빌리와 함께하는 여정 속에서 그녀는 원주민들이 참혹하게 짐승처럼 학살당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호킨스를 추적하며 빌리와 함께 여러 사건을 경험하던 클레어는 그가 짐승이 아닌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음을 나누며 교감하게 된 두 사람 사이에는 이내 버디 무비 콤비 같은 관계가 형성된다. 그들이 공동의 적 호킨스를 따라잡는데 성공한 이후의 전개와 결말은 여타 추적 스릴러들이 보여주는 직설적인 복수극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서사를 가미해 진행된다.

▲나이팅게일.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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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퍼 켄트 감독의 '인간성 유지'에 대한 물음

영화는 전체적으로 19세기 호주의 원시적이고 척박한 자연환경과 궁핍한 식민지 호주 거주민들의 삶 그리고 피로 얼룩졌던 잔혹한 폭력의 과거사를 어둡고 암울한 색감으로 진중하게 전달한다.

제니퍼 켄트 감독은 이 영화의 종국에 이르러 침략과 정복의 역사를 끝없이 되풀이해온 인류에 대해 “폭력과 복수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나이팅게일’은 출연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내포한 영화다. 특히 클레어 역의 아이슬링 프란쵸시는 애틋한 모성과 처절한 복수심 사이를 넘나드는 강렬한 연기력으로 뚜렷하게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동족이 침략자들에게 도륙 당해 전리품처럼 다뤄지는 잔혹함을 마주하며 전사로 거듭나는 빌리 역의 베이컬리 거넴바르 역시 원주민의 슬픈 역사를 모두 담아내는 듯한 진솔한 영혼의 연기를 선보인다. ‘미 비포 유’ 등에 출연하며 멜로 영화 전문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샘 클라플린은 이 영화에서 기존 모습을 벗어 던지고 약자 위에 군림하며 인간성이 결여된 폭력을 행사하는 악인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한편 이 영화는 제75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신인배우상 수상 및 제9회 호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6관왕을 차지했으며, 제35회 선댄스영화제 공식 초청 되어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작품이며 오는 30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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