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올해 은행권은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떨어뜨리면서 시중은행들은 이자이익에 기대기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저금리에 ‘영끌’, ‘빚투’로 늘어난 대출자산은 은행권에 골칫거리로 떠올랐단 평가다. 18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 지원 목적의 대출은 내년 3월 만기가 도래하는데, 부실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태다.

은행권은 빅테크(네이버·카카오)와의 무한경쟁에 놓이자 비용절감을 위해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영업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모바일 앱 활성화, 은행 점포 축소와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파생결합펀드(DLF)와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로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변화’보단 ‘안정’을 택해 연임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당국과의 갈등에 한 목소리를 내고자 금융협회장 인선에도 관료 출신 인물이 내정돼 ‘관피아’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 제로금리와 코로나 대출…영끌·빚투 열풍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까지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자연스레 순이자마진(NIM)도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떨어질수록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생활이 위축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물론 기업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금융당국은 소상공인 이차보전 대출, 채권시장 안정화 지원,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175조+@’ 규모의 금융안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시중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은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을 부채질 했다. 자연스레 대출이 급증했고, 영끌과 빚투가 가세하면서 지난 10월까지 예금은행의 총대출금은 174조5,000억 원이 늘었다. 지난해 연간 증가분(98조3,000억 원)을 일찌감치 뛰어넘은 셈이다.

◆ DLF 이어 라임·옵티머스까지…사모펀드 사태로 ‘울상’

DLF 사태로 우리금융 회장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사기사건으로 이를 판매한 은행들은 고객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섰고 사안에 따라 은행들을 또 한 번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 금융당국, 은행권에 '배당 자제' 요청…금융시장 반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20% 수준으로 연말 배당 성향을 낮추도록 권고하면서 시장의 반발을 샀다. 이는 지난해 배당성향보다 5~7% 낮은 수준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일제히 난색을 표했다. 코로나19로 대출원금과 이자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충당금 높게 쌓아 리스크 관리에 나섰는데, 배당성향까지 낮춰 잡을 것을 강제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 연임 성공한 은행권 CEO들…“변화보단 안정”

신한·우리·KB금융그룹을 비롯한 자회사 CEO들이 일제히 연임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회장후보추전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으며,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연임에 성공했다. 우량 자산 위주의 성장 전략,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확충 등의 성과를 인정 받은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손 회장의 경우 DLF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징계를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이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손 회장은 지난 3월 연임을 확정 지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도 재연임에 성공했다. 윤 회장은 앞서 지난 2017년 첫 연임에 성공했다. 윤 회장은 2017년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하고, 우리파이낸셜,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끌어내는 성과를 낸 바 있다. 허 행장 역시 이미 지난 10월 차기 은행장 후보로 선정돼, 지난달 주총을 통과하며 3연임에 성공했다.

지방금융지주에서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과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각각 연임에 성공했다.

ⓒKBS뉴스화면 캡쳐
ⓒKBS뉴스화면 캡쳐

◆ 금융-ICT기업, 합종연횡…'빅테크 위협' 선제적 대응

4대 금융그룹(KB·하나·우리·신한금융 그룹)과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의 합종연횡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단순 업무협약 수준을 넘어서 합작법인 설립 논의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이 예금과 대출업무만을 빼고 모든 금융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될 경우에 대비해 은행권 스스로 선제적 시장점유율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수시입출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을 올 상반기에 출시하기도 했다. 이어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까지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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