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이춘재 사건의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20년이란 어마어마한 세월을 억울한 옥살이로 채워야만 했던 윤성여씨가 출소 후 재심 끝에 12월 17일 32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 하루 전인 16일에는 군인의 신분으로 북한으로 탈출하려 했다는 혐의로 20년 옥살이를 하고 그 후 30여년간 억울함을 누를 길 없던 박상은씨가 무려 51년만에 무죄를 선고받기도 하였습니다.

 

선정적인 언론들은 그 분들이 얼마의 보상금을 받을까 하는 것에만 주목하는 낯뜨거운 추측 기사만을 생산하고 있는 것은 작금의 언론 행태로 보면 일상적인 것이라지만, 다시 오지 않을 인생의 황금기를 잘못된 국가의 법 집행으로 모두 날려 버려야 했던 그분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텅 비워져 버린 가슴을 조금이나마 채워드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제언하는 기사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현실은 참기가 힘듭니다.

 

평생 시민사회 운동을 해오면서 잘못된 법 집행으로 억울한 피해를 입은 많은 시민들이 흘려야 했던 쓰라린 눈물을 보면서 저는 그들이 받았어야 할 너무나도 당연한 일 – 잘못한 자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는 일 – 이 없는 한 그들은 영원히 위로받지 못하고 그 고통을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같은 잘못이 반복되고 있어도 아직까지 경찰과 검찰, 법원 등 국가기관들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 집행의 잘못된 정도가 클수록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최고 책임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자신이 책임자로 있지 않던 오래전 일이라 하더라도 경찰청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은 국가를 대신해서 개인에게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같은 사안에 대한 사과는 한순간 일회성의 형식으로 끝날 일이 아니고 반복적으로 계속되어야 합니다.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헬무트 콜, 앙겔라 메르켈 등 독일의 역대 총리들이 지속적으로 아우슈비츠 등 유대인 학살 기념지를 찾아 무릎 꿇고 참회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결정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모두 국민을 위한 사법 정의를 외치고 있으면서도, 그 누구도 윤성여씨와 박상은씨를 찾아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모순입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의 잘못을 책임자가 나서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입에서 나오는 어떤 약속과 다짐도 공염불일 뿐입니다. <고진광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SR타임스에 게재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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