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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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 11월 요구불 잔액 ‘566조1,113억 원’

- 전월보다 16조3,830억 원 증가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이 한 달 새 16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식 예금, 수시 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을 말한다. 초저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대기성 자산에 고이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전반에선 부동산 규제와 잇단 사모펀드 사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위축 등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현상에 주목하면서 대외 변동성 확대 등의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투자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1,1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는 16조3,830억 원(2.98%)이나 늘어난 액수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이 8,415억 원(0.13%)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 흐름이다.

공모주 광풍을 이어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 청약이 진행된 10월 549조7,283억 원으로 전월(552조5,864억 원)보다 3조원 가량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급증 한 것이다.

11월 들어서 요구불예금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유동성 과잉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성과급이나 상여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없음에도 코로나19로 시중에 풀린 돈이 요구불 통장에 모이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고소득자 신용대출 규제에 나섰는데, 본격 규제 전 대출 실행이 급격히 눈에 띄게 늘었다. 대출 후 MMDA에 잔액이 급증한 것은 이를 설명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실제 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4개 은행의 지난달 MMDA 잔액은 97조1,954억 원으로 전월대비 3조1,939억 원(3.4%)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안전선호 투자심리가 발현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서도 코로나19가 대유행에 접어들었고, 새롭게 출범할 미국 바이든 정부의 경기부약책에 대해 관망모드를 유지하는 분위기란 설명이다. 실제 7일 기준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 2750선을 돌파하며 닷새 연속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시가총액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또 다시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수요자에게 적합한 투자처가 많지 않다 보니 예적금 대신 언제든 돈을 이동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자금이 몰린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갈증은 커지고 있지만 떠도는 자금을 끌어들일 투자처는 마땅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기가 회복될 신호가 약한 상황에서 소비·투자 대신 자금을 일단 모으겠단 예비적 동기가 발현된 현상으로 주식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노년층 입장에서는 고위험 자산인 주식은 꺼릴 수밖에 없고 부동산은 가격·세금 부담이 너무 높아져 적절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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