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금융협회장에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이 선출된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금융사들이 이익을 대변할 적임자로 관료출신을 선호한 결과이지만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 등으로 추락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할 자격을 갖췄다는 설명은 빠져있단 것이다.

이번 관피아 논란은 지난 11월 손해보험협회장으로 경제관료 출신인 정지원 회장이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뒤를 이어 신임 은행연합회장으로 경제 관료 출신인 김광수 전 NH농협금융 회장이 내정됐고 생명보험협회장으로 국회의원 3선 출신(전 기재위 위원장)인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최종 선임되면서 불을 지폈다.

은행권이나 보험권이 처한 현실을 보면 금융권 내부에선 오히려 관료 출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에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는 ‘힘 있는 협회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라임·옵티머스펀드 금융사기 사태 등으로 우리·하나은행 등 각 시중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으며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통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보험사는 어떤가. 생명보험업계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으로 자본확충이 부담이 큰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로 활력을 잃은 상황이다. 손해보험업계도 실손·자동차보험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당국의 압박에 제대로 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지 못할뿐더러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조차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에 전문성과 협상력을 고루 갖춘 ‘검증된’ 인사를 원하는 것이다. 금융협회장 자리는 각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부분이 있다. 협회장의 선임이 각 회원사인 금융사들의 추대를 통해 이뤄졌고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더라도 금융소비자가 보내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금융권 전반의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다짐이 없단 것이다.

일례로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하게 된 김광수 전 농협금융 회장의 경우 재직당시 지주회장으로서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이 물의를 일으킨 옵티머스펀드 사기 판매에 대해 적절한 사과 없이 협회장으로 영전하면서, 금융적폐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가 협회장이 될 경우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더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 상태다.

금융소비자가 먼저다. 소비자가 보내는 신뢰를 최우선시 하지 않을 경우 금융권에 산적한 과제 해결은 고사하고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게 되는 그저 그런 자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협회는 단순히 이익집단만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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