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아(吾葬我)
미워하는 감정의 싹이 마음밭을 노랗게 물들인다. 아직은 어린 싹이지만 주저 않고 흙을 뒤집어 그 자리에 바로 파묻는다.
언 땅에 김장독을 묻듯 쉽지 않은 노동이다. 하지만 이 짓을 오늘 나는 몇 번이나 되풀이 하고 있다. 크게 한 번 호흡도 해보고 가슴도 한 번 쓸어 내리고 먼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했다.
결국 묻는 게 답이더라. 노란싹이 튼 바로 그 자리에서 푸른 싹이 돋을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연둣빛 싹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냥 뒈져 버리면 더 좋다.
마음밭이 샛노랗게 물든 오늘 나는 미워하는 나를 묻었다.
묻기를 반복하다 보니 미움의 대상은
어느새 마음밭에 묻힌 존재가 되었다.
내 마음 속 세상에서는 이제 고인이 되었다
죽은 사람에게까지
산 사람이 욕할 이유는 많지 않다
포노 아티스트(phono artist) 우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