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8일은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변창흠)에 의해 강제 철거 된지 4주년이 되는 날이다.  

사단법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고진광)가 지난 2003년 5월 폐교된 세종시 금석초등학교에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설립하고 2016년까지 14년 동안 일기박물관과 세종시민투쟁기록관을 세워 학생들과 학부모등을 대상으로 활용해왔던 인성교육의 체험학습 현장이었다.

당시 옛 금석초(세종시 금남면 석교리 141-1) 빈 교실에는 전국에서 모인 사랑의 일기 120만권이 비치돼 있었는데 철거로 인해 매몰, 훼손되는 반문명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990년부터 2016년 9월 28일까지 전국 초·중·고교 6000여 학교 학생들이 쓴 일기장과 소중한 기록물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가슴 아픈 날로 새겨졌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고인이 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 송월주 스님, 서정주 시인 등이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서신과 친필 휘호도 있었다고 한다.

고진광 이사장은 "120만권의 일기책은 동서고금을 통해 없는 우리 아이들의 귀중한 자료이다. 이 소중한 자료들을 유네스코 일기문화 유산으로 등재할 계획을 세우고 등록 준비를 하다가 2016년 ‘날벼락’을 맞았다"며 강제철거를 당한 이후 컨테이너에 생활하면서 땅 속에 묻혀진 일기장과 기록 자료를 발굴하고, 4년째 LH(사장 변창흠)의 만행을 규탄하며 항의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에 본보는 인추협과 공동으로 우리의 소중한 기록 문화 자산이 영원히 보존되고 하루빨리 '사랑의 일기 연수원' 이 재건립되길 기원하면서 작가나 학자들의 글을 통해 '사랑의 일기 연수원' 참사 4주년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조춘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조정위원
▲ⓒ조춘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조정위원

사랑의 일기 연수원 커서가 하루 속히 작동되기를

 

매년 사랑의 일기 심사를 해 왔다. 그 때마다 솔직하고 아름다운 인간성이 보이는 일기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예쁜 효심, 불우한 이웃과 친구를 배려하는 착한 마음, 동물이나 곤충을 사랑하는 순수한 의인화의 일기, 안전생활의 경험 등 그런 일기를 읽을라치면 마치 보석을 발견한 듯 기쁨과 감동이 일어온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가 추진하는 〈사랑의 일기〉쓰기 의도에 적중하는 심성의 일기들이다. 

또한 교사들의 정성스런 도움말이나 학부모들의 자녀 일기장 보관 관리 등도 대단해서 감격하곤 한다. 

그런 일기가 120만여 편 보존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폐교된 충남 연기군 금석초등학교! 고진광 인추협 대표가 헌신의 일생으로 사명이 가득했던 곳이다. 구석구석 마다 귀중한 일기를 보존하려는 애정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그처럼 한 결 같이 뜨거운 정열과 보람의 사반세기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대한민국 우수브랜드 수상도 했다.

그곳에 보존된 학생들 일기장에는 효와 충, 이웃사랑과 그들 삶의 고백이 들어 있었다. 바티칸 박물관 시스틴 성당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천장화처럼 연수원 천장에도 일기 작품들은 예쁘게 채색되어 진열되었다. 그 기록의 주인공들은 우리나라의 동량이 되어 있고 그곳 일기 박물관을 찾곤 했다.

시작이 반이란 말처럼 이 사랑의 일기 연수원의 일기 기록 보존은 대한민국 학생일기 역사를 이미 반 이상 세워놓은 웅비의 기틀이라고 해도 좋았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꿈과 아름다운 삶의 정신이 한데 모여 있는 곳! 이만큼 수집되었으니 전문가의 연구에 의해 시스템 갖춘 일기박물관으로 보존·진열·전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은 사랑의 일기를 사랑하는 자들 모두의 바람이었다.

그런데 그 아름답던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2016년 가을, 수습하기 어려운 폐허지로 전락되었다. 6·25가 휩쓸고 간 잿더미를 연상케 하는 현장이 되고 말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변창흠)건설계획에 의해 협의절차 없이 이루어진 일이었다. 따라서 중장비의 흙먼지 속에 지적 재산인 그 소중한 일기들이 시멘트 건축 폐기물같이 흙더미 속에 무참하게 묻혔다.

그 현장은 라 퐁텐 우화 '늑대와 어린양'과 다를 바 없었다. 대성통곡할 일이었다.

그 후 매장된 일기장을 찾으러 온 학부모와 학생들은 물론 일기 발굴을 협조하겠다고 제주에서까지 온 시민도 있었다. 펑펑 우는 사람도 있었다. 우선의 문제는 넓은 땅속에 묻힌 일기를 꺼내는 일인데 일기장 탐지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속수무책이었다. 하늘이 무너진 듯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일기란 파릇한 새싹들의 손으로 쓴 그림일기에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역사가 들어있다. 이 시대 교육적 가치가 나름대로 담긴 살아있는 사료들인 것이다. 그 시대 교육의 산물이 보존되고 밑받침되어 증거 될 때 살아 숨 쉬는 역사가 된다. 그리고 대대손손 전승되는 것이 그 나라의 자부심이요 전통역사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 보존되었던 일기는 얼마나 귀중한 산물인가. 하찮은 1회용 환경미화물이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문화 예술의 숨결이 통합되어 연대 별 학교 교육내용과 목표, 삶의 가치관이 녹아있는 교육연혁 자체다. 

자랑스러운 이 나라의 유일한 일기 역사박물관으로 정립 신설하여 세종 사랑의 일기 모두를 찾아 전시 보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길이 보전하여 우리나라 우리민족 교육의 변천사에 뿌리 찾기 사료로서 공헌·기여하도록 자리매김을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기 기록문화의 나라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보전되었기에 임진왜란 국난 당시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다. 또≪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동일 역사라는 논란을 받으면서도 ≪승정원일기≫의 가치를 인정받아 2개씩 등재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더구나 안전한 보존을 위해 전국에 분산 보관 관리했던 조상의 지혜 또한 우리는 결코 소홀히 보아 넘길 수 없다. 이처럼 기록과 보존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런데 〈사랑의일기연수원〉에 소장되었던 일기들은 매몰된 그대로 숨도 못 쉬고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일기마저도 안식처가 없다. 오로지 고진광 대표님의 외로운 투쟁과 질곡의 언덕을 함께 고통하면서 간절한 소망으로 기다리고 있다. 

어언 1,500여 날의 세월을.

바라건대 단 한권의 빛바랜 일기라도 이를 숭고한 교육역사 계승 자료로 볼 줄 아는 통 큰 기업! 미래를 위한 교육국가지백년대계의 초석을 놓는 불멸의 영광스런 LH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할 뿐이다.

멈추고 있는 사랑의 일기 연수원 커서가 하루 속히 작동되길 기원한다.

 

2020년 9월

조춘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조정위원(전 초등교장 및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역임/성광실버아카데미 학감)

 

▲사랑의일기연수원 아이들 꿈의방에서.(사진 가운데 조춘호씨)ⓒ인추협
▲사랑의일기연수원 아이들 꿈의방에서.(사진 가운데 조춘호씨)ⓒ인추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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