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대림산업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대림산업

- 대림산업, 건설·유화·지주 3개 회사로 분할

- 지주회사 지배력 확대…'50%' 이상

- 불완전 지주체제…향후 대림코퍼레이션과 신설 지주회사 합병 가능성도

- 회사측 "합병 검토된 바 없어"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대림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그룹 핵심 회사인 대림산업을 건설, 석유화학, 지주회사 등 3개 사로 분할해 출범시킨다는 것.

그동안 대림그룹은 이해욱 회장의 불안한 지배력이 줄곧 문제되어 왔는데 이번에 사업 체제를 개편하면서 확실한 지배구조를 마련하게 됐다.

또한 사명도 함께 바꾸는 만큼 다양한 계열사의 '헤쳐모여'식 재편이 일어나면서 그룹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대림산업에 따르면 회사측은 내년 1월 1일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인 디엘 주식회사(가칭)와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디엘이앤씨(가칭), 석유화학회사인 디엘케미칼(가칭)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대림그룹 지배구조표(삼호와 고려개발은 7월 1일자로 합병해 대림건설로 출범) ⓒ공정거래위원회
▲대림그룹 지배구조표(삼호와 고려개발은 7월 1일자로 합병해 대림건설로 출범) ⓒ공정거래위원회

대림그룹은 오너가→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는다. 핵심 회사인 대림산업은 아래 대림건설, 대림에너지,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 18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지분 52.3%를 비롯해 특수관계인인 대림문화재단(6.2%), 대림학원(2.7%),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0.6%) 등 오너家가 62.3%를 소유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이 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대림코퍼레이션이 들고 있는 대림산업 지분이 21.6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반면, 외국인 40.6%, 기타주주 23.6%, 국민연금 12.7% 등 외부 지분율만 76.9%에 달한다. 이 회장이 보유한 대림산업 지분은 없다.

대림코퍼레이션의 낮은 지분율은 법인의 정관 변경이나 합병 및 분할, 영업의 양도 등 사업상 중요한 의사 결정을 진행할 때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들 안건을 다루는 주주총회 특별총회에 필요한 의결권이 출석주주 3분의 2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이상이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이 꺼낸 해법은 대림산업을 지주회사·건설회사·석유화학회사 3개로 분할해 '오너가→대림코퍼레이션→지주회사→건설회사 및 석유화학회사 등 사업회사'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지배구조 상단에 대림코퍼레이션이 위치해 완전한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라고는 볼 수 없지만 사업 재편이 이뤄지면 이 회장은 지배력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다.

ⓒ대림산업
ⓒ대림산업

우선 대림산업은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인 디엘 주식회사와 건설 부문을 담당하는 디엘이앤씨로 나눈다. 보통 인적분할은 기업이 지주회사 설립 목적으로 실시하는 방식이다. 분할 비율은 0.44대 0.55로 정해졌다. 

이후 물적분할을 통해 디엘 주식회사에서 유화부문을 떼어내 디엘케미칼을 신설한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디엘은 디엘케미칼을 100% 소유하게 된다. 

디엘은 변경상장, 디엘이앤씨는 재상장을 거쳐 다시 주식시장에 오르고, 기존 석유화학 부문은 디엘의 완전 자회사가 되면서 온전히 지주회사 영향 하에 놓인다. 

분할이 모두 완료되면 자산 10.1조 원에 달하는 대림산업은 디엘(자산 3.3조 원), 디엘케미칼(1.4조 원), 디엘이앤씨(자산 6.3조 원) 등으로 나뉘게 된다.

이후 작업은 디엘이 유상증자를 통해 대림코퍼레이션이 가진 디엘이앤씨 주식을 현물 출자받는 것이다.

디엘은 디엘이앤씨 주주를 대상으로 현물 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해 디엘이앤씨 주식을 받고 대신 디엘 주식을 신규 발행해 준다. 교환 비율은 유상증자 당시의 디엘과 디엘이앤씨의 주식 가치를 비교해 결정된다. 

디엘과 디엘이앤씨 분할비율인 0.44대 0.55(약 4대 6 = 1: 1.5)인 것을 준용한다면, 같은 비율로 디엘이앤씨 1주당 디엘 1.5주를 교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림코퍼레이션이 디엘이앤씨 주식 21.67%를 전부 현물 출자한다면, 그 대가로 디엘 주식 30% 이상을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디엘은 디엘이앤씨 주식 21.67%를 가지게 되고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에 대한 지배력을 51.67% 수준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물론 디엘이앤씨를 가지고 있는 다른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디엘 주식을 많이 교부받는다면 지배력이 51.67%보다 더 낮아질 수는 있느나, 보통 시장에서는 성장성이 있는 사업회사가 지주회사보다 인기가 많기 때문에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유로 분할 이후 상장 과정에서 디엘보다 디엘이앤씨에 대한 가치가 더 높아져, 디엘이앤씨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디엘 주식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앞서 가정한 51.6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배력 확보도 가능해진다.

다만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주회사가 가져야 할 자회사 지분 요건이 30%(비상장사의 경우 50%)로 높아지면서 디엘이 디엘이앤씨 지분을 추가 매수해야할 경우는 생길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디엘 아래 디엘이앤씨·디엘건설 등 건설계열과 디엘케미칼 등 유화계열, 디엘에너지·글래드호텔 등 기타계열 등 세 부문으로 그룹을 정리하게 된다.

이후 석유부문의 재편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분할 과정에서 여천NCC, 폴리미래 등 합작사 지분은 디엘케미칼이 가져간다. 앞서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분할된 필름사업부 등 유화부문과 관련 있는 사업은 디엘케미칼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로 디엘케미칼이 설립되는만큼 빠른 의사결정과 원활한 자금 융통이 가능해진다. 이 회장이 석유화학 부문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만큼 향후 대규모 투자나 사업 확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 불완전한 지주체제…대림코퍼레이션-디엘, 합병 가능성도

이번 지주사 개편이 지주회사 위에 대림코퍼레이션이 위치한 불완전한 체제임에 따라 향후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과의 합병 가능성도 대두된다.

합병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합병비율로,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 간 비율이 어느 정도로 산정되는가가 관건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에이치앤엘, 대림아이앤에스를 합병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보니 회사내에 석유화학 도소매업, 해운물류 서비스업, ITC 등 다소 이질적인 사업들이 혼재돼 있다.

디엘의 경우 주식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므로 순자산을 총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기준주가가 기준이 된다. 비상장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와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가치를 계산해 기업가치를 산출해낸다.

합병 이후 이 회장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이 회장 지분이 높은 대림코퍼레이션의 가치가 더 높게 산정되는 쪽이 유리하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례처럼 합병비율에 따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합병을 반대한 디엘 주주들이 대량의 주식 매수 청구를 통해 합병을 무산시킬 가능성도 있다.

통상 두 회사가 합병할 때는 주식 매수 청구가 일정 금액 이상 발생하면 합병을 취소한다는 규정을 둔다. 주식 매수 청구권은 주주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 반대하는 주주들이 자신의 주식을 합당한 가격으로 되사줄 것을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향후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는만큼 합병 여부를 쉽사리 예측하긴 어렵다. 때문에 당분간은 이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아래 지주회사 디엘을 두는 방식으로 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대림산업의 공식입장도 지주회사 합병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디엘 주식회사와 대림코퍼레이션과의 합병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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