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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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 김희정 옮김 | 인문학 | 은행나무 펴냄 | 96쪽 | 8,500원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COVID-19)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과 사회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그리고 이 전염병은 우리 모두의 일상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끔 산산조각 냈다.

저자인 파올로 조르다노는 소설가의 무한한 사유와 과학자의 엄정한 시선으로 새로운 전염병이 불러온 현상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지금을 ‘전염의 시대’라고 진단하면서 이 이례적인 사태 앞에서 허무와 고통만을 느낄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오늘에 이르렀는지 현상 이면을 섬세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비단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은 우연한 사고도, 천재지변도, 새로운 것도 전혀 아니며, 과거에 이미 발생했고 앞으로 또 다시 벌어질 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급속하게 무너진 건 우리의 일상성이다.

마스크를 쓰지않고는 대중교통과 공공기관, 도서관 등에 출입할 수 없는 활동의 제약이 따른 뒤에야 우리는 과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신성한 것이 되었다.

갑자기 찾아온 질병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숫자를 세고 확인하는 것뿐이다. 학교 결석 일수를 세고 감염자와 사망자, 완치자의 수를 세며, 주식 시장에서 날아간 수십 억과 단절된 관계, 단념한 활동을 센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이 지리멸렬한 공백과 고통의 시간에서 의미를 재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립의 시간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생각’을 시작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전염의 운명에 다시 묶이지 않고, 묶이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모두가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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