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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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영화가 재미없는 10가지 이유

■ 유양근 지음 | 예술·영화 | 박영사 펴냄 | 312쪽 | 19,000원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일본문화 개방 이후 많은 일본 영화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영화시장에서 일본 영화는 일반적으로 관객들에게 재미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일본 영화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과 같은 일부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흥행부진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신간 ‘일본 영화가 재미없는 10가지 이유’에서는 각 장르별 특성을 분석해 왜 우리나라 관객이 그들의 영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지 설명한다.

저자는 근래 일본 관객들이 호응했던 흥행작들을 가족 드라마, 코미디, 시대극, 공포, 멜로, 미스터리, 스포츠, 액션, 재난영화 등 장르별로 자세히 나눈다. 그리고 그들 만의 문화적 감성이 역사의 흐름과 함께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장르적인 분석과 함께 사회적 배경을 밝힌다.

또한, 일본의 사회적 현상들을 품으면서 독특하게 발전해온 일본영화의 각 장르가 우리나라 관객의 공감이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요인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것에서 일본의 사회적 맥락 등을 분석하는 동시에 흥미롭게 일본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일본 가족 드라마의 경우, 오즈 야스지로 등 과거 일본영화계의 거장들이 짜 놓았던 스토리패턴, 캐릭터 설정, 메시지 등을 그대로 답습하기에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진부하고 구태의연하게 반복되는 이야기라는 인상을 준다고 봤다.

그러면서 저자는 과거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탈피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처럼 감정이입이나 감성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 일상적인 연기와 절제된 카메라 연출의 일본영화도 소개한다.  그는 이와 같은 최근 일본사회의 가족 인식변화를 담은 영화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다고 전한다.

한편, 우리나라 관객이 일본 코미디영화를 보고 웃지 않는 것은 만담과 과장 등 웃음 코드의 궤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다자레’ 같은 그들 만의 독특한 언어유희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링’, ‘주온’ 등과 같은 일본 호러영화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그는 특화된 일본 공포물의 가장 큰 특징은 '공포를 일상생활 어디에서나 만나게 된다는 것에서 오는 충격'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일본 멜로물이 가지는 순수함의 과잉과 대인관계 기피 경향, 반전이나 사건 중심이 아닌 사연중심의 미스터리 영화 등이 '일본영화는 재미없다'는 이미지를 갖게 만드는 일면이라고 지적한다.

니혼대학 출신의 예술학 박사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된 현대문화와 일본문화에 대한 강의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저자 유양근은 책 전반을 통해 일본 장르영화와 함께 일본사회를 분석한다.

그는 이를 위해 장르영화와 맞물려 있는 태평양 전쟁, 고도경제성장기, 버블붕괴, 동일본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을 언급하며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설명한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붕괴되는 가족관계와 개인주의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와 노숙자의 등장 등 사회현상도 함께 해석한다.

끝으로 저자는 책을 통해 일본 장르영화 분석과 해석이 일본사회의 이해라는 막연한 것이 아닌 우리의 현실과 상황을 파악하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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