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경제&라이프] 한국, GDP대비 '빚' 증가속도 '1위'

- 작년 4분기, GDP 대비 가계 빚 증가 43개국 중 1위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문 부채 증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우한바이러스) 여파로 위축된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가계·기업의 대출 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불어난 빚이 오히려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단 경고도 나온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5.5%로 직전분기(93.9%)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43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큰 오름폭으로 홍콩이 우리나라와 같은 1.6%포인트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1년간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 증가율은 3.6%포인트로 홍콩, 노르웨이,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컸다.

지난해 4분기 홍콩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한 해 전보다 8.3%포인트, 노르웨이와 중국은 각각 4.6%포인트, 3.7%포인트 늘었다.

이 기간 가계와 기업을 합친 민간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197.6%로 직전분기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싱가포르(7.2%포인트), 칠레(3.1%포인트)에 이어 3번째로 빠른 증가 속도다. 전년 동기대비 오름폭은 10%포인트로 홍콩(13.8%포인트), 칠레(11.1%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증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0조7,000억 원으로 올해 들어 32조4,000억 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1,000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76조2,000억 원 늘어났다.

이러한 이유로 민간신용의 GDP 대비 비율이 2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 기업의 부채 규모가 한 해 동안 가계, 기업, 정부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2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의 줄도산을 막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출을 일으켜 투자·소비를 유도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인 것 맞다”면서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크게 불어난 빚 부담이 오히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금융사와 각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