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건설부동산] 대형 건설사, 3개월새 현금 2조원 넘게 늘려

- 5대 건설사 올 1분기 현금성 자산 15조5,280억 원

- 현대건설 5조4,440억 원 보유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5대 건설사들의 현금성 자산이 3개월 사이 2조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우한 바이러스)로 건설 업황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보수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의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분기 5대 건설사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15조5,280억 원으로 지난해 말 13억1,600억 원보다 18.0%(2조3,680억 원) 늘었다.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는 곳은 현대건설로 조사됐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보다 26.7%(1조1,470억 원) 늘어난 5조4,44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증가폭도 1조 원 이상 늘어 타 건설사 대비 5배 가량 높았다.

이같은 증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상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전 계열사에 현금 확보를 중점 과제로 지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대우건설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7,56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으나 올 1분기 1조1,980억 원으로 늘어 58.5%(4,420억 원) 상승했다.

이외에 ▲GS건설 2조2,340억 원(11.1% 증가) ▲대림산업 2조9,970억 원(9.7% 증가) ▲삼성물산 3조6,550억 원(8.6% 증가) 등으로 조사됐다.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건설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60.6으로 4월 기준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CBSI가 100미만이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 CBSI가 2013년 2월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후 4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기업규모별로 대형기업에서 그런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4월 대형기업 건설 경기 전망치는 전월 대비 8.4p 하락한 58.3으로 9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2차 추경예산 재원 마련을 위해 SOC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며 "향후 정부의 대형 공사 발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건설기업들이) 자금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상황은 5월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