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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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금 지급관리 메뉴얼 정립 필요”

- “예금주 손해 방지 위한 주의의무 아쉬워”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치매로 요양원에 거주하던 80대 할아버지와 가까웠던 A씨. 최근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농협은행 예금의 거래내역을 살펴보던 중 A씨는 크게 놀랐다. 할아버지의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다른 친척들이 수년 동안 매달 50~100만 원 가량의 금액을 인출했던 것. 뒤늦게 이를 알게 된 A씨는 “예금주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농협은행에 항의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예금거래 약관상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면 인출이 가능하단 규정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은행의 책임을 거론하기 어렵더라도 약관상 예금주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 이행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고령층의 금융거래 의존도가 높을 경우 도의적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목소리도 나왔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 고령층의 금융계좌에 사전·사후 감시를 강화한 ‘금융착취 방지 방안’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착취는 고령자 재산을 가로챌 목적으로 행하는 예금인출 등을 말한다.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착취 방지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사전감시로써 계좌의 인출액이 늘거나 주소변경, 공동계좌 개설 등의 이상 징후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또 의심거래 발견 시 ‘거래처리 지연·거절·신고체계’를 구축해 금융회사 직원이 거래 내용을 외부에 알려도 민·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특히 사전에 인증 받은 가족 등이 고령자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금융착취가 피해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등 내밀한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기에 고령층의 금융거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지난 2018년 노인학대 통계에 따르면 금융착취 가해자는 아들(60.4%), 딸(10.8%), 배우자(9.4%), 가족이 아닌 타인(5.8%)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방안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14%)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20%)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과 같은 사례는 집계되지 않았을 뿐 상당히 많을 것인데, 아쉬운 것은 은행의 업무처리 방식”이라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사례를 보면 예금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의의무에 무게를 둔 결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예금거래기본 약관 제16조(면책)는 금융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이 책임이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자로서 피해가 없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예외 조건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자체적으로 지급관리에 대한 보편적 메뉴얼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령화로 치매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융착취 의심사례에 대한 확인 방법을 세우고 이에 따른 업무를 처리를 하는 방식이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시중은행에서 출시한 신탁서비스 제도를 적극 도입해 예금주의 재산을 보호하겠단 은행의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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