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소설가)
▲ⓒ이성수(소설가)

- 내우외환의 대한항공... 정부의 선제적 지원 무엇보다 절실

- 전쟁의 와중에 장수 바꾸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는 말이 있다. 안과 밖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근심과 환란을 일컫는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도 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적군 초나라의 노래소리를 뜻하는 말이다. 여간해서 헤쳐나가기 힘든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요즘 대한항공의 형편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대한항공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어쩌다 해외에 나갈 때 가끔 이용하는 것 외에는 관련도 인연도 없다. 그런데도 작금의 대한항공의 상황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아마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기업 중의 하나라고 느껴져서 그러는 것 같다. 

한진(韓進)의 ‘한’은 한민족을 뜻하고, 진의 ‘진’은 전진을 뜻하는 것으로 한민족의 전진을 의미하며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이 직접 작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항공은 비록 민간기업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외국인이 맨 먼저 접하게 되는 상품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품격이나 다름없는 대한항공의 이미지이다. 그렇기에 지난해 오너 일가의 갑질로 민심이 들끓을 때, 국민은 비난만 하지 않았다. 진통을 통해 차원 높은 도약의 계기로 작용 되기를 기대했었다. 가혹한 비난으로 채찍질한 이유였다. 

얼마 전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 승무원들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글거리는 우한에 다녀왔다. 거대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서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을 것이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결단한 일일 것이다. 또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에서 벌이고 있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활동에 동참했다. 친필로 ‘코로나19, 우리는 이겨 낼 수 있습니다’라는 푯말을 들고 강원도 산골 청일초등학교 학생들의 SNS 첼린져 동참 요청에 응답했다. 이 또한 가볍게 결정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매일 피 말리는 경영현장의 중심에 서 있다. 그에 비하면 작은 일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마음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청에 동참하여 응원했다.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다는 증거라고 여겨진다. 

기업은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판다.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사람을 얻고 신뢰를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계속 발전하고 존속할 수 있다. 필자는, 조원태 회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우한에 갔던 일과 초등학생들의 요청에 동참한 일은 실추된 신의를 회복하려는 정성으로 느껴졌다. 또 여객의 감소로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수출입 기업을 지원하는 일도 창조적 경영으로 높게 평가하고 싶다. 

지금 대한항공은 전쟁의 와중에 있다. 물론 항공산업은 전체의 문제이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펜데믹 공포로 항공기가 활주로에까지 계류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규모 공장의 가동이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다. 대한항공에는 2만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족과 협력사를 포함하면 적어도 10만여 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세계적 펜데믹 상황에 맞서 죽을힘 다해도 모자랄 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국면이 계속된다면 수개월 안에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전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대한항공 자체적으로 수습할 뾰족한 방도가 없을 것 같다. 정부의 선제적 지원이 절실한 국면인 것으로 판단된다. 

 

항공산업은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이고 오랜 기간의 노하우와 열정이 집약되어야만 유지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다. 대한항공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항공사로 자본논리로만 가지고 덤벼드는 사모펀드가 국가의 근간을 흔들게 놔두어서는 안된다.

예로부터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의 대한항공은 내우외환의 상황이 분명하다. 먼저 내부의 근심을 수습해야 한다. 그리고 합심하여 외부의 환란에 대처해야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할 수가 있다. 언론매체들은 대한항공 주주총회를 놓고 여러 관측으로 바쁘다.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중의 한사람이다. 민간기업인 대한항공의 경영을 사사롭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여러 의견이 있을 수가 있다. 하지만 전쟁의 와중에서 장수 바꾸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성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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