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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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2019)

■ 감독: J.J. 에이브럼스

■ 출연: 데이지 리들리, 아담 드라이버, 존 보예가, 오스카 아이삭 외

■ 장르: 액션 SF 판타지 | 러닝타임: 141분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개봉일: 2020년 1월 8일

- ‘라스트 제다이’에 이은 시퀄 트릴로지 최종편…아쉬운 마무리

 

※이 리뷰에는 영화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1977년 최초로 등장해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타워즈 시리즈. 그 시퀄 3부작이 최종 편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통해 장대한 서사극을 일단락했다.

이번 에피소드는 ‘레아 오르가나’(캐리 피셔) 아래에서 제다이 나이트 수련을 받아 더욱 성장한 포스 능력을 갖추게 된 ‘레이’(데이지 리들리)와 은하계를 지배하려는 퍼스트오더의 수장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의 숙명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여기에 더해 과거 엔도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팰퍼틴’(이언 맥디어미드)이 살아남아 숨겨진 행성 엑세골에 은신해 파이널오더를 조직하고 다시 한번 은하계를 위협하려 한다는 내용. 팰퍼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핀’(존 보예가)과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삭) 등 저항군 세력은 팰퍼틴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엑세골의 위치를 찾아내는 작전에 돌입한다.

장장 42년에 걸쳐 스핀오프 2편을 포함해 프리퀄 3부·오리지널 클래식 3부·시퀄 3부 등 총 11개의 영화판 에피소드로 제작된 스타워즈는 긴 역사에 걸맞는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 제작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전세계의 팬들이 주목해 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2005)로부터 10년 만에 나왔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는 붕괴한 은하 제국의 뒤를 잇는 악의 세력 퍼스트오더와 이에 대항해 싸우는 레이 일행과 저항군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팬들의 기대 속에 시퀄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맡은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선악의 대립과 신화적 요소 등 기존 시리즈의 전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신·구 등장인물 간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미 ‘스타트렉 비기닝’(2009)과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를 통해 명맥이 끊긴 시리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뛰어난 연출력을 증명했기에 시퀄 첫 번째 작품의 흥행 성공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순항할 것만 같았던 시퀄 시리즈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에서 격랑을 만난다.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까지 맡은 라이언 존슨 감독의 새로운 시도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팬덤의 분열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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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제다이’ 이후를 고뇌한 J.J. 에이브럼스

라이언 존슨은 최근작 ‘나이브스 아웃’(2019)의 뛰어난 작품성과 영화적 재미가 증명하듯 매우 도드라진 재능을 가진 각본가 겸 감독이다. 사실 그가 감독한 ‘라스트 제다이’는 단독영화로만 놓고 본다면 크게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더구나 매우 재기발랄한 그의 연출력은 ‘라스트 제다이’의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 안에서의 ‘라스트 제다이’로 놓고 본다면 그간의 전통은 청산해야 할 적폐와 진부함으로, 할리우드가 창조해낸 미국적 신화의 인물은 괴팍한 노인으로 취급될 뿐이었다.     

고사 끝에 시퀄 마지막 에피소드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맡게 된 J.J. 에이브럼스의 고민이 여기서 시작된다. 결국 그는 라이언 존슨이 ‘깨어난 포스’를 두고 그랬던 것처럼 ‘라스트 제다이’가 새롭게 쌓아 올린 대부분의 것들을 없애고 대신 폐기됐던 요소들을 다시 살려내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에 의해 “그건 의미 없고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전작에서 부정됐던 레이 출생의 비밀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단서로 다시 사용된다. 다스베이더의 것을 모델로 한 것이 분명한 렌의 산산이 조각난 헬멧도 마치 킨츠쿠로이(金繕い)같은 전통적 장인의 기술을 거치는 모양새로 재조립한다. 상징적인 클리셰 대사인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의 재등장과 던져지고 파괴됐던 아나킨의 라이트 세이버, 불타버린 제다이 사원의 고서 등 소품은 물론 퇴장시켰던 라스트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 한 솔로(해리슨 포드)를 레아 오르가나와 함께 되살려냈다. 심지어 루크의 X-윙까지 등장시켜 골수팬들을 위한 아낌없는 서비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정립과 함께 짜 맞춰야 하는 분량이 늘다 보니 새로운 내용을 소개할 시간이 그만큼 짧아질 수밖에 없다. 매우 간단하거나 혹은 생략된 해설을 뒤로한 채 롤러코스터 같은 플롯 전개가 이어진다. 시리즈에 익숙한 팬들조차 진행되는 이야기의 모두를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 일반관객의 진입장벽은 말할 것도 없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라스트 제다이’가 아닌 ‘깨어난 포스’의 후속편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할 만큼 시퀄 트릴로지는 서로 간의 연속성이 부족하다.

아이언맨에서 어밴져스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유기적이면서도 세련된 시리즈물로 완성된것에는 10여 년에 걸쳐 모든 것을 이끈 제작자 ‘케빈 파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결과적으로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에도 세계관 전체의 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끌 선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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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설정의 재활용...과연 적절했을까?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1980)에서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의 부자관계 설정이 공개됐을 때 전 세계 스타워즈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당시 흔하지 않았던 반전의 시나리오가 주는 파급력은 컸으며 사회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의 레이 가족력과 출생의 비밀은 큰 흥미를 주지 못한다. 그 설정은 이미 ‘라스트 제다이’에서 한 차례 버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설정을 재활용하면서 “그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라며 관객에게 당황스럽고 갑작스럽겠지만 그냥 받아들이라는 식의 전개방식도 문제다. 최소한 혈통에 대한 복선이 담긴 레이의 ‘포스 라이트닝’ 장면을 전편인 ‘라스트 제다이’의 어딘가에서 등장했어야 유의미했다. 그래서인지 부모와 자식 그리고 그 후손으로 이어져 왔던 두 핏줄이 엉켜서 선과 악으로 대립하다 결국 하나로 이어지며 포스의 균형을 이룬다는 결말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게 된다.  

팰퍼틴 황제의 등장 역시 급조해낸 무리한 설정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팰퍼틴은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1983) 엔도 전투에서 제다이 기사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재각성한 다스베이더에 의해 완전히 사망한 것으로 묘사됐다. '제다이의 귀환' 공개 이후  팰퍼틴이 살아남아 은하계 지배를 위한 역습을 노린다는 설정은 여러 해에 걸쳐 팬픽 수준에서 회자되던 이야기에 불과했다.

팰퍼틴이 다크사이드의 애매모호한 무언가와 복제기술을 이용해 죽지 않은 설정이 정사가 된 이 상황은 시리즈 전체 구조와 연결 지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등 제다이들의 자기희생을 통해 은하계 포스의 균형을 이룬 것으로 마무리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가당착의 결과에 빠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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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펙터클한 CG 장면은 큰 볼거리…과연 국내 흥행은?

오리지널 작품들에 비해 뒷걸음질 친 영화적 재미나 시리즈 완성도와는 별개로 최신의 수준 높은 최첨단 CG 장면들을 관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극 중 엑세골, 파사나, 키지미, 엔도 등 여러 곳으로 이동하면서 약간은 혼란스러운 면이 있으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다운 특색있는 볼거리와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은 SF 액션에서 바라는 적정선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등장인물에 있어서 레이에게 모든 주역의 능력이 집중된 이유로 핀과 포의 캐릭터로서의 가치가 오리지널 시리즈 인물들의 명맥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채 병풍처럼 소모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지 못했던 카일로 렌 역의 아담 드라이버는 ‘결혼이야기’(2019)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여 큰 인상을 남긴다. 어찌보면 데이지 리들리가 맡은 주인공 레이의 존재감을 넘어설 정도로 카일로 렌과 벤 솔로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릭터의 고뇌와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음악에 있어서는 스타워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가 작품 전반에 걸쳐 여전히 매력적으로 들리며, 엔드 크래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영화관 의자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한편 스타워즈는 조지 루카스 감독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을 모티브로 영국 아서왕 이야기 같은 기사전설과 스파게티 웨스턴, 스페이스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믹싱해 만들어낸 만큼 관련 문화권에 속한 국가를 중심으로 큰 흥행성적을 거둬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타워즈 흥행면에서는 예외국가에 속하는 편이다. 이는 시리즈 최고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제국의 역습’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몰이를 할 때 수입단가 부담 때문에 개봉시기를 놓쳐 국내 팬덤 형성이 소규모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타워즈는 영화 시리즈 외에 애니메이션, 소설 등 2차 창작물까지 포함하면 그 세계관은 상상 이상으로 방대하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팬 이외에는 이 진입장벽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것 역시 흥행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프리퀄·오리지널·시퀄로 이어지는 스카이워커 사가의 최종장인 만큼 국내에서도 그 마지막 에피소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타워즈는 국내에서 시퀄 시리즈 개봉 시점 이후 ‘깨어난 포스’가 327만 명으로 최고 흥행을 기록한 것 외에는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100만 명, ‘라스트 제다이’ 95만 명,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 21만 명 등 이렇다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편이다.

약 3억 달러(약 3,47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현재 월드와이드 기준 9억 8,996만 달러(1조 1,468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북미에서는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했으나 우리나라는 필리핀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늦은 이달 8일 개봉했다. 국내 누적관객 수는 개봉 7일차인 지난 14일 기준 42만 명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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