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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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미드웨이(Midway, 2019)

■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 출연: 에드 스크레인, 패트릭 윌슨, 우디 해럴슨, 루크 에반스 외

■ 장르: 전쟁 액션 | 러닝타임: 136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일: 2019년 12월 31일

-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특유의 스펙터클 액션 가미된 "정통 전쟁영화"

- 미국 뇌격기와 일본 항모 간의 격렬한 해전 장면이 최고의 압권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미드웨이>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사에 있어 '이오지마 전투' 등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결전 중 하나로 평가되는 ‘미드웨이 해전’의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경제·군사강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조선, 중국 등 동북아 지역 침략에 나선다. 이 시기 미국은 일본과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일제의 조선 지배를 용인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중일전쟁 장기화에 따라 석유, 고무 등 군수물자보급이 어려워지자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노리게 된다. 그 결과 일본은 필리핀을 포함한 태평양 지역의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던 미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했다. 

한편 일본내 수입 석유량의 80%를 공급하던 미국은 일본에 대해 추축국동맹 파기와 만주국 해체 등의 조건을 내걸고 1941년 대일석유금수조치를 취한다. 이에 일본은 미국과의 개전을 결정한다.

영화는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을 도입부에서 미해군 정보장교 에드윈 레이튼(패트릭 윌슨)과 일본제국 해군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토요카와 에츠시)와의 대화를 통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이후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계기가 된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해군기지 공습이 묘사된다.

정보전 실패로 일본의 기습에 대비하지 못해 다수의 전함을 잃은 미국은 다행히 공습을 피한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해 요크타운, 호넷 등 남아있는 항모들을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다. 

한편 진주만 공습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1942년 6월에 미해군은 일본의 다음 공격 목표를 알아내기 위한 감청과 암호해독에 집중한 결과, 태평양지역 최전방 요충지 미드웨이가 그 타깃이라는 사실을 가까스로 알아낸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력의 열세를 무릅쓰고 태평양 전쟁의 판도를 바꿀 물러설 수 없는 운명의 결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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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는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 등 헐리우드 대작 블록버스터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이다. 그의 영화는 화려한 비쥬얼과 거대한 스케일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 영화 역시 과거의 작품들과 결을 같이한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마찬가지로 독보적인 스펙터클 영상연출의 귀재인 마이클 베이 감독이 2001년 만든 영화 <진주만> 역시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작품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야기 구성에 있어 가공의 인물들이 등장해 그들 간의 로맨스 요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진주만>과 달리 <미드웨이>는 실존인물들과 실제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한 정통 전쟁영화의 포맷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미드웨이>의 배역을 살펴보면 미해군 항모 엔터프라이즈의 유능한 에이스 파일럿 딕 베스트 역에는 <알리타: 배틀엔젤>, <데드풀> 등에서 주로 악역 연기를 펼쳐왔던 '에드 스크레인'이 캐스팅됐다. <컨저링>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패트릭 윌슨'은 미해군 정보 장교 에드윈 레이튼 역을 맡았다. 이 외에도 미드웨이 해전을 승리로 이끈 총 사령관 체스터 W. 니미츠 역에 관록의 배우 '우디 해럴슨', 일본제국 해군 제독 나구모 주이치 역에는 <곡성>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쿠니무라 준' 등이 캐스팅되어 역사 속 실존인물들을 안정적인 연기력을 통해 재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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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다른 헐리우드 영화와 달리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동양계 배우 대신 현역 일본배우들이 캐스팅 됐다. 덕분에 일부 대사를 제외하고는 딱딱하거나 어색한 일본어 발음 연기가 거의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일본군인 등 실존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미화됐다거나 전쟁의 참상이 축소된 것은 아닌가 하는 국내 관객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전반부의 진주만 공습 장면은 제작비 절감의 이유에서인지 CG의 완성도가 썩 좋다고 할 수 없는 편이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제로센과의 독파이팅(Dog fighting) 공중전 및 일본제국 해군 항모 소류, 아카기, 카가 등을 상대로 한 뇌격기 강하폭격 장면 등 압도적이면서도 격렬한 해전 장면들이 연출된다. 영화는 이 해전 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과 통쾌한 비주얼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미드웨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전형적 스펙터클 블록버스터 전쟁영화로 만들어냈다.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덩케르크>를 통해 보여준 훌륭한 교차편집 및 현장감각이 돋보이는 연출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특징을 <미드웨이>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들과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기존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작품들은 대체로 스토리나 서사에 있어서는 허술하거나 깊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편이다. <미드웨이>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타임라인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스토리 상 큰 허점은 없다. 하지만 영화적 재미를 높여줄 수 있는 등장인물들 간의 드라마 구성에서는 다소 아쉬운 면이 존재한다.

한편 북미에서 지난 11월 8일 개봉한 <미드웨이>는 현재 월드와이드 기준 1억 1,500만 달러(1,329억 원)의 흥행수입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제작에 약 1억 달러(약 1,15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그다지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근 반일감정이 높아진 국내에서 태평양 전쟁을 다룬 작품인 <미드웨이>가 과연 어느 정도 흥행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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