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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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천문 - 하늘에 묻는다

■ 감독: 허진호

■ 출연: 최민식, 한석규,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 장르: 역사극 | 러닝타임: 132분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개봉일: 2019년 12월 26일

- 영화계 최고의 배우들이 펼치는 브로맨스 연기 돋보여

- 극적 갈등과 긴장감 연출은 다소 아쉬워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되는 세종과 비록 관노의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종3품 대호군의 위치에까지 오른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 이 두 인물의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26일 개봉한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는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군신관계에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우정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에 따라 이 역사 속 두 인물의 관계는 지금까지 여타 창작물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신분을 뛰어넘은 친구라는 설정을 통해 우리나라 사극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버디영화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지난 2016년 560만 관객을 동원했던 <덕혜옹주>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번 역사극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영화 속에서 한석규와 최민식의 섬세한 감성연기는 브로맨스(bromance)적 진한 우정과 로맨틱함이 묻어나며, 몇몇 장면에서는 마치 연인처럼 서로를 아끼고 때로는 갈등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등 지금까지 로맨스영화 장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던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해볼 수 있다. 그는 “세종은 신하가 잘못을 해도 중용하는 왕이었고 장영실을 침전에 들게 할 만큼 서로 가깝게 지낸 기록이 있다”며 “그럼에도 세종이 탄 가마가 부서지는 안여(安與)사건 이후 장영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이유에 의문을 갖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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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픽션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과 철저한 고증을 따지기 보다는 세종과 장영실 두 인물의 이야기 흐름에 집중하는 것이 관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부서진 안여의 잔해와 처량한 몰골로 흙바닥에 내팽개쳐진 늙은 세종, 그리고 황망함에 죽음을 청하며 조아리고 있는 신하들을 보여준다. 이는 조선시대의 넘어설 수 없는 군신관계를 상징하는 동시에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 앞에 무력했던 조선에 대한 복선을 내포한다.

영화는 확고한 조선시대 신분제도의 벽을 거듭 보여줌으로써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며 꿈을 공유하는 세종과 장영실의 평범하지 않은 모습들을 더욱 부각시킨다. 여기에 조선 만의 천문 의기 제작기술을 도입해 나라의 근간인 농업기술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종과 장영실의 각별한 노력 역시 강조된다. 이들이 명나라에 맞서 고군분투하며 친명파 사대부들과 대립하는 후반부 연출은 극의 긴장감을 한껏 높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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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최민식과 한석규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비중 있고 인상 깊은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영의정 역할을 맡은 원로 배우 신구를 비롯해 이천, 조말생, 정남손 등 문무대신 역할에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와 같은 베테랑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오광록, 김원해, 임원희 등 조연 배우들의 코믹 연기는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장치로 좋은 효과를 보여준다. 다만 이들의 감초 연기는 일부 장면에서 몰입감을 분산시키는 면이 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세종과 친명파 신하들 사이의 격한 갈등구도와 극적 긴장감, 갈등의 해법에는 관객의 마음과 시선을 집중시킬 힘을 싣지 못하는 듯해 균형 있는 연출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과연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웰메이드 사극영화로 평가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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