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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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닥터 슬립(Doctor Sleep)

■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 출연: 이완 맥그리거, 레베카 퍼거슨 외

■ 장르: 초현실 스릴러

■ 러닝타임: 152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일: 2019년 11월 7일

- 균형 있는 시나리오와 원작의 요소 적절히 버무려

[SR(에스알)타임스 신유진 기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80년 영화 <샤이닝>은 공포영화 장르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기억될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39년 만에 후속편으로 개봉된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닥터 슬립>은 기존 작품의 배경과 설정을 이어받아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전작 <샤이닝>은 소설가인 잭 토런스(잭 니콜슨)이 미국 콜로라도주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으로 일하게 되면서 가족과 함께 그곳에 폭설로 고립된 후 겪게 되는 초현실적 현상과 공포를 효과적으로 묘사해 관객들과 평단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속편에 해당하는 영화 <닥터 슬립>에서는 오버룩 호텔에서의 사건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성인으로 성장한 잭의 아들 대니 토런스(이완 맥그리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니는 ‘샤이닝’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초감각적 재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의 도피와 원치 않는 샤이닝 능력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처럼 알콜중독과 폭력 속에서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앞에 자신과 같은 샤이닝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10대 소녀 아브라 스톤(카일리 커란)이 나타나게 되면서 새로운 위협을 마주하게 된다.

대니는 아브라의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노리는 ‘트루 낫’이라는 고대로부터 존재해 온 불멸 집단과 이들을 이끄는 리더 로즈 더 햇(레베카 퍼거슨)과의 대결을 위해 지금까지 그토록 잊으려고 노력했던 봉인된 과거 속으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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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샤이닝>과는 또다른 느낌의 속편

전작 <샤이닝>은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야기를 재구성해냈다. 특히 주연인 잭 니콜슨의 광기어린 연기와 함께 스테디캠 영상을 통해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스릴러 분위기를 효과적이면서도 밀도있게 연출해내 관객들을 심리적으로 압도하는 등 뛰어난 영화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영화 <샤이닝>에는 소설과 달리 샤이닝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원작과 영화의 결말이 완전히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큰 흥행성공에도 불구하고 원작자인 스티븐 킹에게는 외면 받은 명작으로도 유명하다.

<닥터 슬립> 역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원작소설과 영화의 팬들 사이에서의 오랜 논란을 끝내려는 듯 전작인 <샤이닝>과는 달리 균형 있는 시나리오와 그간 아쉬웠던 원작의 요소들을 적절히 버무려내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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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치명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악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레베카 퍼거슨, 뛰어난 아역 연기를 선보이는 카일리 커란 등 스크린 속 배우들의 모습은 지켜 볼만 하다.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은 수많은 영화와 다양한 매체에서 인용되거나 패러디됐던 잭의 도끼, 피가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237호실의 유령, 레드럼(REDRUM) 등 영화 <샤이닝>의 상징적 요소들을 적절히 등장시켜 속편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 특유의 독보적 분위기가 압권인 영화 <샤이닝>과는 적지 않은 연출적 온도 차를 보이기 때문에 기존 작품의 열정적인 팬 입장에서는 전작과 같은 느낌을 그대로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이 제작됐던 1980년 당시에는 시대적 상황의 문제로 수입상영이 금지되어 뒤늦게 정식개봉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큰 흥행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영화 <닥터 슬립>은 전작 <샤이닝>에 대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해외와는 다른 환경임을 감안할 경우 국내에서는 독립적인 작품성에 대한 관객의 평가와 반응에 따라 흥행성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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