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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8월말 재보험비용 1조2018억 원…전년 대비 653억 원 증가

- 각 사별 리스크 관리와 인수심사 '시험대'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재보험을 드는데 올해 8월까지 1조원이 넘는 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계 전반에서 보장성상품 중심으로 영업방식을 재편하면서 생긴 기저효과(base effect)로 풀이된다. 재보험은 자신들이 보유한 규모가 큰 계약의 일부를 다른 보험사에 인수시키는 것으로 일종의 보험을 위한 보험이다. 2022년 도입되는 새회계기준(IFRS17) 상으로 확정형 고금리 상품의 부채인식이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돼 체질개선에 나선 상황이지만 상대적인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단 점에서 생명보험업계의 고심은 깊어가는 중이다.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국내 24개 생명보험사들의 재보험비용은 총 1조2,0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366억 원) 보다 5.7%(653억 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별로 보면 역시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재보험 규모가 단연 압도적이다. 삼성생명은 올 8월 기준 재보험비용으로 2,152억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865억 원)과 비교하면 15.3%(287억 원) 늘어난 액수다.

이어 AIA생명(1,328억 원)과 라이나생명(1,247억 원), 오렌지라이프(930억 원), 한화생명(850억 원), 교보생명(824억 원)이 올 8월말 까지 800억원 이상 재보험 가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770억 원), NH농협생명(727억 원), KDB생명(634억 원), 동양생명(490억 원) 등이 같은 기간 재보험비용지출 상위 10개 생보사로 꼽혔다.

이 같은 재보험 비용 증가 추세는 영업환경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올해 3월말 기준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종신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가입 후 처음 납입한 보험료)는 1,185억 원으로 전년 동기(1,476억 원) 대비 19.7%(291억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건강‧상해보험 등의 보장성보험은 같은 기간 3,502억 원에서 3,521억 원으로 0.5%(19억 원) 소폭 증가했다. 올해 3월말 기준 종신보험과 비교하면 2,300억 원 가량 더 많은 초회보험료를 건강‧상해보험에서 거둔 셈이다.

당장의 순익 증감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보험부채 방식을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기준의 변화로 보장성 상품으로 영업 전략을 개편할 필요가 있는 생보사 입장에선 늘어난 위험률 전가는 필수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

2022년부터 보험업계에는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고금리 계약을 많이 보유한 생명보험업계는 수년 전부터 금융당국에 금융재보험 허용을 요청해 왔다. 보유하고 있는 확정형 고금리 상품까지 재보험이 가능토록 허가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보험업법상 재보험거래는 질병과 사망 등의 위험률을 전가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고 있다. 만일 금융당국이 저금리로 인한 보험사의 부채적립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융재보험 도입을 허용할 경우 업계의 재보험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재보험은 생명보험사 입장에선 필수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면서 “재보험을 떠안은 보험사 역시 또 다른 수익원이 생기는 셈이 되기에 자산과 수익을 동시에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보험비용이 늘 수 있단 점에선 불황의 늪에 빠진 생보사들에겐 부담이 될 것인데, 여느 때보다 각 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인수심사 능력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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