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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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근담 하룻말

■ 홍응명 지음 | 제백석 그림 | 박영률 옮김 | 인문 | 지식공작소 펴냄│800쪽│24,500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바이블'인 중국의 고전 ‘채근담’이 중국의 피카소 치바이스(제백석)의 그림 365점과 함께 완전 새로운 우리말로 살아났다.

'채근담'은 명나라 사람 홍응명이 알려진 글을 골라 자신의 생각을 함께 엮은 책이다. 당대를 지배한 세계관, 곧 유가의 생각, 불가의 생각 그리고 도가의 생각이 모두 담겼다. 이 책을 먼저 옮긴 조지훈은 ‘현대인의 융통성 있는 생활 윤리서’, 만해 한용운은 ‘조선 정신계 수양의 거울’, 김원중은 ‘수신과 처세의 고전’이라 평한 책이다. 

‘채근담’이란 나물 채, 뿌리 근, 말씀 담, 곧 나물뿌리 이야기란 뜻이다. 나물의 뿌리는 질기고 맛도 써서 보통 버린다. 그런데 유가에선 ‘나물뿌리를 씹어 먹을 수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저자 홍응명은 입신양명에 실패하고 고향에 돌아가 실제로 나물뿌리로 장아찌를 담아 밥을 먹고 손님을 대접했다. 뒷날 사람들은 채근담을 이렇게 풀이했다. ‘나물뿌리를 씹는 느낌, 별 볼일 없고 거칠고 질기지만 가만히 씹다보면 차츰 맛이 깊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이야기’라고.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제백석(1860 ~ 1957)은 경색된 한중관계의 물꼬를 틀기 위해 2017년 한국에서 처음 그의 전시회가 열린 후, 2019년 2월 예술의 전당에서 그의 오마주 전(같고도 다른: 치바이스와의 대화)이 열렸을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화의 거장이다. 그의 그림은 2018년 베이징 경매에서 1530억으로 낙찰되며 중국 회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채근담 하룻말'은 중국 협서신화출판매체집단 삼진출판사가 2018년에 펴낸 책이 저본인데, 중국책은 그림을 작게 처리하여 제백석의 필력을 감상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채근담 하룻말'은 화가의 천재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가 그린 벌레, 꽃, 풀, 새, 산, 강, 사람들 등 그 구도의 과감성과 묘사의 섬세함, 작품의 높은 직관력이 생생하게 드러나 독자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채근담 하룻말'은 한문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도 읽기 편하게, 어려운 개념도 시대에 맞춰 현대적으로 풀어 쓴 책이다. 예를 들자면, 이 책에는 ‘군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책은 한문에 얽매이지 않고, 나물 뿌리를 씹듯이 글을 씹고 소화해서 ‘채근담’에 담긴 마음을 우리말로 눌러 쓴 책이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한국어의 운율이다. 글은 말에서 시작되었고 말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우리의 마음은 호흡과 함께 움직인다. 한국인의 호흡에 잘 맞게 쓴 글은 한 번만 읽고 들어도 저절로 기억된다. 우리 시조가 그랬고 김소월, 정지용, 백석, 서정주가 그렇게 썼고 요즘 유행어도 모두 한국인의 호흡에 맞을 때 대중의 환영을 받는다.

'채근담 하룻말'은 뜻을 간단하게 압축한 뒤 호흡에 맞는 글자 수를 찾는 데 노력한 번역이다. 쉽게 읽히고 오래동안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지은이 홍응명(洪應明)은 자가 자성(自誠)이고 호는 환초도인(還初道人)이다. 명나라 신종(神宗) 만력 연간 사람이다. 일찍이 열심으로 공명을 좇았지만 만년에는 산림에 귀의해 예불로 마음을 씻었다. 엮고 지은 책으로 ≪채근담(菜根譚)≫, ≪선불기종(仙佛奇踪)≫이 있다.

▷그린이 제백석(齊白石)은 중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중국화의 거장이다. 1860년 중국 후난성 샹탄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시·서예·그림·전각에 두루 뛰어났으며, 꽃, 풀, 병아리, 새우, 곤충, 배추 등 일상을 소재로 한 수묵화가 특히 유명하다.

▷옮긴이 박영률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엘지애드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부동산뱅크'를 창간하고 '신문소프트', '일본은 없다', '디지털이다', '섹스북', '미디어의 이해' 따위 책을 펴냈다. 정보성, 지식공작소, 박영률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 지식을만드는지식, 학이시습, 오디오북스 따위 출판사를 만들고 육천여 종의 책과 천오백여 종의 오디오북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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