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지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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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토와 잔혹 연극

■ 한무 지음 | 연극 이론(단행본) | 지만지드라마 펴냄│834쪽│34,800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사람 자체가 기이하다
세계의 출구를 찾아 떠돌아다닌 영혼
배회하는, 계시받은, 악마의 유혹에 대항해 울부짖는 미치광이
사고의 모든 체계를 밀어 낸 자
그의 이름은 앙토냉 아르토, 마침내
사유 안에 존재하는 사유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보았다.

숨을 거둘 때 아르토의 모습은 미라 같았다. 고함치듯 열린 입, 뼈만 앙상한 손, 살결은 죽은 나무껍질이었다.

병원 침상 다리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곧 일어나 어디론가 떠나려는 자세로. 20세기 초 프랑스 연극계에서 활약한 앙토냉 아르토는 ≪연극과 그 이중≫에서 ‘잔혹연극’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연극이론을 확립한다.

그러나 근친상간, 존속살인의 무대는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했고, 이후 발작 증세를 보이던 아르토는 정신병원에서의 긴 기간 수용 끝에 사망했다. 아르토와 ‘잔혹연극’이 현대연극에 미친 영향을 생각했을 때 그의 광기 어린 삶은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30년 넘게 연구해 온 아르토의 연극과 인간관을 이 책에 풀어 놓았다. 아르토가 산 평생에 스무 해를 더 살아 낸 저자는 이제 서 있는 그를 앉히고 그의 격정과 분노를 달랜다. 그가 자르려 파고드는 칼자루를 붙잡는다. 칼끝에 솜뭉치를 감아 단검을 북채로 만든다.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서 찌르는 날카로움보다 울리는 진동을 읽어 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부한다. 어느 날, 누군가가 이 서툰 솜뭉치를 풀고, 이 글들을 불쏘시개로 쓴다면 좋겠다고. 벼락 치듯 고함치며 분노하는 칼끝을 제대로 휘두를 사람이 있다면, 이 무모함에 대한 분노의 보상일 수도 있다고 여겨 퍽이나 고마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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