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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동파 시선

■ 소식 지음 | 류종목 옮김 | 시 |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174쪽│12,000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소동파는 기본적으로 유교사상에 뿌리를 둔 현실참여주의자로서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구제해야 한다는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감이 매우 투철했다. 

소동파(蘇東坡, 1036∼1101)가 우리 문단에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했다.

그러기에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세상의 학자들이 처음에는 과거 시험에 필요한 문체를 익히느라 풍월을 일삼을 겨를이 없다가 과거에 급제하고 나서 시 짓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면 소동파 시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매년 과거의 방이 나붙은 뒤에 사람마다 금년에 또 서른 명의 소동파가 나왔다고 여긴다”라고 했다.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까지는 오로지 만당(晩唐) 시만 익혔고 고려 중엽에는 오로지 소동파 시만 배웠다”라고 했다.

김부식(金富軾, 1075∼1151)과 동생 김부철(金富轍)의 이름이 소동파(본명 蘇軾)와 소철(蘇轍) 형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소동파에 대한 우리 문인들의 추앙심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렇듯 우리의 선조들이 소동파 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우리가 소동파의 시를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요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동파는 워낙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백성에 대한 연민의 정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인간적 애정과 관심도 유난히 깊었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불교사상과 도교사상에서 비롯된 현실도피적 사고방식도 동시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물질세계의 허무성과 무가치성을 간파하고 물질세계 바깥에서 노닐려는 초월적 인생관도 지니고 있었으며, 그 결과로 자연을 매우 사랑했고 나아가 그 자신이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일부가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처럼 세속적인 가치에 대해 초연할 수 있었기에 그는 온갖 정치적 핍박 속에서 자신의 출중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기는커녕 일생의 대부분을 유배 생활과 지방관 생활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삶에 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그의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그의 시에 반영되어 있을 것임은 당연한 이치다. 

≪소동파 시선≫은 이 ≪소식시집≫에 수록된 2800여 수의 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 63수를 선정해 역주한 것이다. 소동파의 시 전체와 비교하면 이것은 그야말로 하나의 편린에 불과한 바, 비늘 한 조각을 가지고 물고기의 전모를 드러내 보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독자들로 하여금 이 한정된 작품들을 통해 소동파 시의 성격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은 선정된 시를 다섯 개의 범주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창작시기 순으로 배열했다.

제1부 <설니홍조(雪泥鴻爪)>에는 인생에 대한 갖가지 감개와 그것에 대한 사색의 결과로 얻어진 인생철학이나 사람 사는 이치를 노래한 시를 수록했고, 제2부 <서호(西湖)는 월 서시(越西施)>에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각종 사물의 오묘한 모습을 노래한 시를 수록했으며, 제3부 <오중 지방(吳中地方) 농촌 아낙의 탄식>에는 자신이 직접 경험했거나 가까이서 목격한 전원생활의 이모저모를 노래한 시를 수록했다. 제4부 <살구꽃 밑에서 손님과 한잔하며>에는 가족·친척·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 애정과 관심을 노래한 시를 수록했고, 제5부 <여지(荔支)를 먹는 재미>에는 인생에 있어서 결코 흔하지 않은 ‘사는 재미’를 노래한 시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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