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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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인 김종철의 두 번째 시집

■ 모든 만남, 모든 이별이 스며들어 우리가 되었구나

■ 김종철 지음 | 문학/시 | 마인드큐브 펴냄│148쪽│12,000원

 

[SR(에스알)타임스 장의식 기자] "법은 상처를 드러내어 정의의 칼로 그 원인을 도래내고 베어내어 우리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고, 시는 허물을 덮어 스스로 반성하고, 상대방을 용서하고, 서로 눈물짓게 하여 상처를 아물게 하는 묘한 치유력이 있다는 것을 한 경험, 두 경험들을 통하여 얻게 되었다"

저저 김종철은 시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시를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김종철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시문학지 '여기'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 시인은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로 활동중인 ‘변호사 시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와 인권위원장,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을 지냈다. 

이번에 출간되는 시집 '모든 만남, 모든 이별이 스며들어 우리가 되었구나'는 김 시인이 평소 존경하는 이육사 시인을 기리는 의미로 총 64편의 시를 수록했으며, 출간 날짜도 광복절인 8월 15일로 잡은 것은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님들이 가장 좋아하실 날인 8.15 광복절이여서 이분들을 닮고자하는 마음에서 잡았다고 고백했다.

시집은 1부 ‘모든 것에 희망이 있다’, 2부 ‘진주빛 영혼의 시’, 3부 ‘변호사의 하루’, 그리고 4부 ‘눈과 함께 겨울나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봄, 가을, 여름, 그리고 겨울의 색을 띠고 있다. 특히 3부 ‘변호사의 하루’에는 시인이 변호사 활동에서 얻은 단상들을 표현한 시들이 들어 있다. 

이번 시집에서 김 시인은 아픔과 성숙, 고통과 성장의 변증법적 승화에 대해 노래한 시들을 많이 보여준다. 작품집의 서두에서부터 '슬픔과 상처'가 '행복의 씨앗'이라고 말하고 있거니와, 맨 앞자리 작품인 서시(序詩)에서도 “우리의 영혼은(……) 아물어진 상처의 깊이만큼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바다에서 멀리 떠나온 소라 껍데기는 비록 속은 비어 있지만 그 빈 공간 가득 파도소리를 품고 있음을 절묘하게 포착해내고 있으며(〈소라 껍질〉), 매일 한 송이씩 여러 송이가 차례대로 피기 때문에 마치 백일 동안 피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일홍’나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를 보고 “매일 한 송이 다시 피어/ 백일을 간다(……)/ 지는 만큼 피어내어/ 아픔만큼 화사하구나”라고 노래하고 있다(〈배롱나무〉).

나비가 화사한 날개를 가질 수 있는 것도 “허물을 벗”는 아픈 과정을 견뎌냈기 때문이며(〈나비〉), “물은/ 절벽을 만나야/ 아름다운 폭포가 되”는 것(〈폭포 앞에서〉)이고, 풍경(諷經)의 맑은 소리조차도 “제가 저를 치는”아픔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말한다. “시름을 거름으로”(〈둘레길 걸으며〉) 만들자는 시인의 제안은 결국 “고단했던 삶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함께 흘린 눈물이 반짝이는 보석이 되”는 것(〈사노라면〉)이라는 따스한 인식으로 이어진다. 

세태나 법정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있다. 혼밥과 혼술이 점점 더 흔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빵은/ 눈물 젖은 빵이 아니고/ 뒤돌아서/ 혼자 먹는 빵”(〈혼자 먹는 빵〉)이라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사람이 법을 지켜야 하는가/ 법이 사람을 지켜야 하는가”(〈법정을 나서며〉)라는 의미심장한 고뇌가 보이기도 한다. 

이 시집과 더불어, 사시사철 자연의 언어와 함께 돋아난 희망의 시들이 독자들의 상처 위에 따스한 위로와 치유의 언어로 내려앉기를 기대한다.  

김 시인은 "옳은 법은 세상을 정의롭게 하지만, 진정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가슴을 울리는 시다"라고 하는 시에 대한 표현이 오늘따라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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