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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지난 24일 정부는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했다. 이날 한국 정부는 일본에 고위급 간부의 일대일 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응답을 회피했다. 기대했던 미국 등 주변 국가들의 중재도 없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경제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당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물론 국내 전자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반도체 코리아 연합은 글로벌 D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제재는 곧 글로벌 전자업계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WTO에 참가한 주변 국가들이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다소 의아해 보인다.

당초 미국은 중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WTO에서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이사회 의장인 태국대사 역시 양국간 우호적인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양국간의 입장 대립이 정치적, 역사적 사건과 연계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중재를 내심 기대했던 정부의 입장도 적잖이 당황스러워 보인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화웨이와 무역전쟁을 펼치고 있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실제로는 차세대 핵심 원동력인 5G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처럼 역사적인 사안이 얽혀있지는 않지만, 표면상의 이유와 실제 속내가 다르다는 것에는 결을 같이 한다.

때문에 미국은 한일 무역분쟁의 중재에 섣불리 나설 수 없어 보인다. 한국 정부의 기대처럼 미국이 중재를 나서게 되면, 화웨이에 경제 보복을 가하는 자신들의 행보를 부인하는 꼴이 된다. 이와는 별개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게 되면 벌어질 경제적, 정치적 파급 효과도 지대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일 무역분쟁은 독자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 등 脫일본화 움직임은 바람직해 보인다. SK가 반도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를 직접 제조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그럼에도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특히 반도체 소재는 일본의 기술력과 특허가 수십년 이상 축적된 분야다. 하루아침에 국내 기업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1조원 대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장비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경정 예산 편성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민관이 협력해 국내 소재·장비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을 확보하길 바란다. 또 양국간의 물밑협상을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조속한 양국 정상간의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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