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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발췌 만엽집

■ 유랴쿠 천황 외  지음 | 고용환 ·강용자 옮김 | 문학/시/일본 |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202쪽│9,800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일본 최고(最古)의 시가집이다. 

일본인들은 '만엽집(萬葉集)'을 그들의 정신적인 고향으로 숭앙하고 있다. '만엽집'은 일본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문학으로서 일본인이 세계에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일본의 고대 문화유산이다. 뿐만 아니라 단가(短歌) 및 장가(長歌) 등의 노래가 총 4500여 수에 달해 양에서도 손색이 없는 일본의 대표적 시가집이다.

'만엽집'이 생산된 시기는 4세기부터 8세기까지로, 약 450년간 불린 노래들을 담아 놓았는데 대개는 조메이 천황(舒明天皇) 시대인 629년부터 준닌 천황(淳仁天皇) 시대인 759년까지 약 130년간에 집중되어 있다. 더 나아가 다이카 개신(大化改新)이 있던 645년을 시점으로 759년까지 115년간을 속칭 만엽 시대(萬葉時代)라고 한다.

이 시기는 정치 사회사적으로 일본이 고대 국가, 즉 율령 국가가 되어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관인들이 황실을 옹립해 한마음으로 율령 국가의 성립과 완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가는 상승적 시기에 만엽 노래는 창작되고 수집된 것이다.

'만엽집'이라는 서명의 유래는 크게 두 가지 설로 집약된다. 첫째는 엽(葉)을 시가(詩歌)로 해석해, ‘많은 시가를 모은 책’이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다. 둘째는 ‘엽’을 ‘대(代)’, ‘세(世)’의 의미로 해석해 ‘만세에까지 영원히 전해져야만 할 가집’이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표기는 전문이 한자로 쓰여 있고 한문 체재를 이루고 있다. 편찬되었던 무렵에는 아직 가나(假名) 문자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한자의 음과 훈만을 차용해서 일본어를 표기하려고 한 만엽 가나(萬葉假名)라고 불리는 독특한 표기법을 사용했다.

만엽 가나는, 나라 시대 말기에는 자형을 조금 달리하거나 획수도 적은 문자를 많이 썼는데, 헤이안(平安) 시대에 이르면 그 경향이 더욱더 강해져 조금이라도 빨리 효율적인 문자를 쓰려고 자형을 극단으로 간략화하거나 자획을 생략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한자의 흘림체인 초서체에서 ‘히라가나(平假名)’가, 한자의 부수에서 ‘가타카나(片假名)’가 만들어지게 된다.

완본이 전해지지 않는 '만엽집'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본과 완본이 없는 '만엽집'을 어떻게 교정하고 바르게 해석할 것인가”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자료와 연구 결과를 찾아보고 해석하고자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연구자들이 다각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으나 '만엽집' 해설서가 몇 권 나와 있을 뿐 우리말 '만엽집' 완역은 정작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고 김사엽 님이 '한역 만엽집'을 시도했으나 16권에 그쳤으며 해석이 고어투라서 의의는 크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발췌 해석이 앞으로 나오게 될 완역 '만엽집'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발췌는 '만엽집' 4500여 수 중 한 권당 5수씩, 전체 20권 중 100수를 취했다. 발췌 기준은 권두의 노래와 권말의 노래, 그리고 중간의 대표적 노래 3수를 포함해 '만엽집' 전체의 윤곽을 알 수 있게 했다. 각 권 앞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그 권을 개설하고 주석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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