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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결합신고로 자금 출처 공개되더라도 ‘투자수익 회수’ 우선 의견

- 31일 기준 한진칼 주식거래량 5일 만에 230만→50만 주 대로 급감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지난 29일 한진칼의 지분을 15.98%로 늘렸다고 공시하면서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된 것이다.

기업결합신고란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경영 지배권을 가질 경우 공정위에 신고하여 경쟁제한성 여부를 심사 받는 것으로 시장 내 독과점 문제를 막기 위한 제도다. 상장사 지분의 15% 이상을 얻은 신고회사의 경우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 원이 넘으면 신고 대상이다.  한진칼 지분율 15%를 확보한 KCGI의 자산평가금액이 31일 기준 4,000억 원대를 넘긴 만큼 30일 이내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기업결합 신고를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투자금액에 대한 자금 출처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정체가 노출될 수 있다. 현재까지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의 자금이 누구에 의해 어떤 성격의 자금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그룹을 상대로 2대 주주 위치에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등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압박을 가해왔으나 자금 출처가 밝혀지는 것을 꺼려해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 매입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KCGI는 지난달 24일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4.98%까지 늘린데 이어 이달 28일에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기존 14.98%에서 15.98%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율이 17.84%인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겨우 1.89% 포인트에 불과하다.

 

자금출처 공개를 무릅쓰고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KCGI의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영권 확보를 통한 투자수익 극대화 목적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경영권 확보 후 칼호텔네트워크 등 비상장회사를 넘겨받아 수익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전 회장을 포함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5.95%)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 등 한진그룹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전체지분은 28.95%다. 하지만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발표하면서 직권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만큼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 등 기업지배력과 관련해 아직까지도 내부정리가 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KCGI는 한진그룹 일가가 지분을 정리하기 전에 더 공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강제적으로 경영권을 빼앗는 '적대적 M&A'를 시도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CGI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주주총회까지 최대한 지분매입을 지속해 기업지배력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칼의 주식 거래량 추세를 살펴보면 조 전 회장의 별세가 알려진 지난달 8일에는 1,100만 주를 넘기더니 다음 날인 9일에는 1,500만 주 대로 폭증했다. 하지만 31일 장마감 기준 한진칼의 일 거래량은 57만 905주로 불과 5일 전인 지난 27일 거래량인 234만 1,330주에 비해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조 전 회장 별세 직후 지난달 5일 종가기준 2만 5,200원이던 주식가격도 급등을 시작해 이날 종가기준 4만 2,650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한진칼의 주식 매입은 계속 이뤄지지만 시장에 주식 매도 물량이 풀리지 않는 상황으로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CGI의 출자약정액은 2,294억 원이다. 한진칼 지분매입으로 자기자본은 소진됐으나 차입, 추가 펀딩, 한진칼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아직도 1,000억 원대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비록 한진칼의 주식 매입가격이 상승해 평가차익면에서는 불리하나 경영권 확보를 위한 한진칼 주식매입 여력은 충분하다. 향후 KCGI가 실제로 적대적 M&A를 시도해 경영권을 얻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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