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최정 기자] 삼성이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반올림측이 다시 한 번 입장을 바꿔 "상당히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었던 삼성 경영진의 공식입장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심상정 의원과 피해자 가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측이 내놓은 제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올림측의 입장변화가 있었다"며 "상당히 혼란스럽고 일단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올림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협상을 제안했으나, 삼성의 입장 발표 이후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것. 지난 9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백혈병 유가족, 반올림 등은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와 정부에 삼성의 백혈병·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으로 의심되는 중증질환에 걸려 투병중이거나 이미 사망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 ▲직업병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의 합의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를 구성하고 중재기구에서 마련한 합당한 방안에 따라 보상할 것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제3의 기관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화학물질 취급 현황, 안전보건 관리 현황 등 종합진단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직업병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어 11일 심 의원은 이 3가지 촉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제안서를 삼성전자측에 전달했다. 이후 14일 김준식 삼성전자 부사장은 "심 의원의 제안서를 공식 접수했고 적극 검토해 이른 시일 내에 삼성전자 경영진이 공식 입장을 말씀드릴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5일 반올림측이 '삼성전자의 입장 발표에 대한 반올림의 우려와 요구'라는 성명을 통해 삼성이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반올림과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반올림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삼성은 협상의 유효성을 인정받으려면 반올림이 유가족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해왔고, 반올림측은 이를 거부하며 난항을 겪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마치 삼성전자가 느닷없이 위임장을 요구하는 것처럼 비춰졌는데 사실은 협상 초기부터 위임장에 대해 요구했고 당시에는 반올림도 수긍했었다"며 "그런데 협상 과정에서 갑자기 반올림이 위임장을 못 갖고 오겠다고 입장을 바꿔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3의 중재기구 역시 삼성이 제안한 것이 아니라 반올림과 심상정 의원등이 공동으로 제안한 것"이라며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를 하겠다고 하니 또 갑자기 입장을 번복해 협상을 어떻게 할지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갑작스런 반올림측의 입장 변화로 공식 입장을 내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측에서는 당분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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