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발표…KPI 50% 수준 확대

- 객관적 측정방법 ‘미흡’…SK, “지속적 보완할 것”

▲최태원 SK 회장 ⓒSK
▲최태원 SK 회장 ⓒSK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 경영이 첫 발을 내딛었다. 그룹사의 평가 기준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주골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경영성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담긴 대목이다.

SK는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의 본격 운영에 나섰다고 밝혔다.

DBL 경영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도 화폐로 환산해 그룹사의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지표의 측정 체계는 ▲경제간접 기여성(고용·배당·납세) ▲비즈니스 사회성(환경·사회·거버넌스) ▲사회공헌 사회성(CSR프로그램·자원봉사·기부)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SK는 이날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핵심 그룹사의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우선 공개했다. 여타 13개 계열사의 공개 일정은 각사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핵심성과지표(KPI) 50% 확대…“사회적 가치, 자연스런 흐름”

최근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거나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SK 역시 이들과 기본적인 맥락은 같다. 다만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점에서 결을 달리한다.

기업의 핵심성과지표(KPI)는 기업 및 임직원의 보상·승진 등으로 직접 연결되는 핵심 지표다. 그간 SK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의 KPI 측정 방식은 매출·비즈니스 모델 등 사업 계획을 담은 재무가치(경제적 가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룹사가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더라도 경영성과가 좋지 못하면 보상은 낮아지는 구조였다.

SK는 이번 시스템을 통해 KPI에서 사회적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50%로 대폭 확대했다. 사회적 가치 평가에는 안전, 환경 문제 등 세부 항목이 포함돼 있다. 기본적으로 각각의 항목에 10점씩을 부여해 결격사유가 발견되면 점수를 차감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경제적 가치는 50% 비율로 삭감됐다. 다만 그룹사의 업종에 따라 중요한 항목이 달라 일원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SK측의 설명이다.

SK가 사회적 가치 평가 비중을 늘리면 그룹사는 자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게 된다. 이는 사회적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실적이 나쁜 그룹사의 경우 당장의 경영성과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 하락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잘못된 오해라고 설명한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최근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며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기업은 오히려 도태된다”고 말했다. 경영성과가 나쁜 그룹사일수록 오히려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는 것이 경영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R&D 기술 개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술 혁신은 고객의 니즈를 찾는 것에서 출발한다. 현재 사회의 흐름이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을 원하고 있어, 기술 개발에서 이를 배제하는 기업은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SK측의 시각이다.

 

◆객관적 평가 기준 ‘미흡’…“그럼에도 고무적인 일”

SK는 이번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관계사의 협의를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왔다.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및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로 참여했다.

다만 SK의 이번 측정 시스템은 다소 미흡한 부분이 남아있다. 이날 이 위원장도 “아직 측정 시스템은 아직 미완성 단계”라며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측정 기준이 객관적이지 못하다. SK 내부적으로도 이를 통감하고 있어, 이번 간담회에서도 명백하게 수치화할 수 있는 부분들만 선별했다. 사회적 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할 시 사용되는 계산법에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 아직까지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이번 최 회장의 혁신에 대해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SK의 입장에서도 모험적인 부분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비즈니스 사회성(환경·사회·거버넌스)에서 1조1884억원의 마이너스 가치가 집계됐다. 에너지 기업이 환경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사회적 가치 기준을 (±)총합으로 발표하고, 전년 대비 증감 수치를 밝히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SK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최 회장의 독려로 공개하게 됐다고 SK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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