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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의식의 위기-천줄읽기

■  폴 아자르 지음 | 조한경 옮김 | 사상/서양철학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138쪽│14,700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근대 유럽의 정신적 지주라고 볼 수 있는 17세기 말과 18세기 초에 걸친 지적·사상적 흐름을 개관한 책이다.

비교적 온건한 보통 사람들의 사고보다는 논쟁적이고, 가차 없는 지성의 소유자들, 다시 말해 소위 합리주의적 철학자들을 주로 다루는 이 책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쟁점이 된 시대 의식을 주로 다루고 있다.

물론 그는 문제의 해결을 보여 주지 않는다. 와해된 시대의 후예들은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질서를 회복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질서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었으며, 엄밀히 말하자면 사상과 의식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는 우리는 폴 아자르의 이 책을 반론이나 비판서로 볼 수도 없다. 이 책은 차라리 고대 세계의 붕괴에 관한 묘사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그 붕괴를 조사하기 위해서 그는 정확한 사실들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의 역사에서 많은 것을 빌려 오면서도 유럽이라는 큰 덩어리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이 책을 이끌어 갔다.

말하자면 그는 방대한 문학적 지식과 비교 문화적 지식에 의지해 유럽을 총체적으로 관찰하고 기술했다. 물론 그의 방법이 전적으로 독창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비교적 자주 랑송에 의지해, 랑송의 연구 결과를 원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밀림의 유럽’을 한눈에 굽어보게 한 작가도 일찍이 없었다.

그는 방대한 자료의 그 시대를, 그래서 아직 아무도 감히 탐험 길에 오르지 않은 밀림을 용케도 헤쳐 나갔으며, 그 결과를 한 장의 지도로 작성해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은이 폴 아자르(Paul Hazard, 1878∼1944)는 파리 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아카데미 회원이었다. 저서로는 ≪프랑스 혁명과 이탈리아 문학≫(1910), 이 책에서 번역한 ≪유럽 의식의 위기≫(1935), ≪18세기 유럽의 사상≫(194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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