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미국 달러화

- “고객들이 미국 달러화로 예금하여 디노미네이션 우려에 헤지하는 듯”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편집위원] 미국 달러화가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800원을 가볍게 돌파하여 1,187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9월 오른 수준이다.  

지난 2월말 1,110원대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2개월만에 80원 가량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단기간에 3% 수준의 인상률을 보이는 것은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무역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 위안화도 1% 내외의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등하는 이유는 우리경제가 지난 1분기에 -0.3%라는 기록적인 저성장을 기록한데다,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수출이 저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최근에 국내에서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 때문이라는 설명도 대두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최근 “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될 경우 새로이 통용될 화폐의 가치하락을 우려한 사람들이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꾸어 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러화 예금은 지난 1주일 사이에만 1억 달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액면 가치를 변경하는 조치이다. 현재의 1,000원을 1원이나 10원으로 1,000대1 또는 100대 1 정도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원-달러 환율은 이론적으로는 현재의 1천원대에서 1원 또는 10원대가 된다.

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요구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꾸준히 대두되었다. 명목적으로는 국민들의 회계상의 편의 때문이다. 화폐 단위가 너무 커서 국민들의 경제상활에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머지않아 조(兆)를 넘어서는 경(京) 단위의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여야의원들을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주장이 끊임없이 표출되었다. 이 같은 요구에 이주열 한국은행총재도 지난 3월말에는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이후 논란이 증폭되자 원론적인 답변이었다고 한발짝 후퇴하였다.

 

정치권에서 빈발하는 디노미네이션 요구의 근저에는 이른바 지하자금을 끌어올린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경제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지하자금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측정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하자금을 양성화하여 세원을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지하자금을 양성화할 의도로 화폐개혁을 시행하였지만 극심한 반발만 초래하였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가 지하자금을 600조원에 달한다고 판단한다며 이를 양성화하고 과세하기 위하여 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디노미네이션이 실시될 경우 화폐가치가 정부의 의도대로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는 데 있다. 즉 1,000원을 10원으로 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하면 10억짜리 아파트는 1천만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1천만원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5,000원짜리 식사도 50원보다 비싼 55원이나 60원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새로운 가격이 너무 싸다고 생각하는 착시현상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학자들은 경고한다.

 

최근의 달러화 등 외화에금 급증과 원-달러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디노미네이션을 우려한 고객들이 가치변동이 적고 강세를 유지하는 미국 달러화로 예금하여 헤지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금융계 담당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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