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사태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태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한국민주주의의 발전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 제기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편집위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되어 마련한 국회의원 선거제개편안 등이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9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었다. 이로서 지역구 의원수는 줄이고 비례대표제는 늘리는 연동형비례대표제라고 불리는 선거제도가 실현될 길이 열렸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이를 두고 정치개혁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사태는 한국민주주의의 발전 또는 공고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대단히 심각하고도 불길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 국회의원 선거제의 개편은 어느나라든 민주주의 국가라면 여야의 합의로 진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이 의석수를 더 차지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스포츠 경기도 그렇지만 선거에 참가하는 당사자들이 룰에 합의해야 공정한 선거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경기를 하는 데 우리 팀이 하는 핸들링은 반칙이 아니고, 상대팀이 하는 핸들링만 반칙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  패스트트랙을 밀어부친 측은 더불어민주당(128석), 바른미래당(28석),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 등 이른바 ‘여야 4당’이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석수가 114석이다. 전체 국회의원 의석의 38%를 차지한다. 이러한 제 1야당과 합의하지 않는 선거법 개정은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지금까지 선거법 개정은 항상 여야 합의로 이루어져 왔다. 이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관행이다. 이러한 관행이 제도화되어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러한 관행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둘째,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 과격하고 천박한 언사의 문제이다.

여야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는 “너 혼나 볼래?”라는 거친 언사를 동원하더니 급기야 29일에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도둑놈들”이라고 퍼부었다. 설훈 의원은 야당의 임이자 의원이 성희롱 시비에 휩쓸리자 “남자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해찬 설훈 의원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운 사람들이다. 이해찬은 김근태 민청령의장과 함께 재야 운동을 하다가 DJ가 평화민주당 후보로 나섰을 때 비판적 지지를 표방한 그룹에 속했다. 설훈은 고려대 학생회장을 거쳐 DJ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DJ의 비서 서열 1위는 권로갑, 2위는 한화갑 등이었고 설훈은 가장 막내였다.

DJ의 유훈이 있다면 동서화합과 정치보복의 금지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에 품위를 더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 노력한 사람이 DJ였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항상 언행에 유의하고 옷차림에도 빈틈이 없었다. 이해찬이나 설훈이나 30년 정치를 마무리하고 이제 인생을 정리해야 되는 끝자락에 보여주는 언행은 심히 실망스럽다. 정치인생을 정리하는 노년에 들어서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앗아가는 이러한 말들을 서슴없이 내밷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크다.

이들보다 심각한 언어를 토해낸 사람이 우상호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이다. 우상호는 나경원 의원에게 “미친 거 같다”고 했으며, 김민석은 “관종”이라고 비난했다.

우상호는 5공시절 연세대 총학생회장, 김민석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김민석은 경찰의 수배를 피해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은신하다 여장을 하여 빠져나가려다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붙잡혔다. 그 후에 그의 모친이 각종 집회에 단골 연사로 활약하였다. 우상호도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있으면서 후배들을 가두 시위에 내보내는 역할을 하였다. 두 사람 모두 이른바 386 운동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해찬 설훈 우상호 김민석 등은 모두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이후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 좋은 자리는 다 지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야당 의원들을 향해 온라인상에서 익명의 댓글 수준에도 미치니 못하는 천박한 언사를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이들의 정치의식은 전두환 5공시절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지고 달아나던 대학생 시절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치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정치를 하며 미래의 한국을 열어 나가겠는가? .

 

셋째. 자유한국당 해산청원의 문제이다.

청와대 온라인 게시판에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호응이 최단기간에 1백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여당 사람들은 아마도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마음 든든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정당해산 요건에 해당되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만약에 문재인 정부가 야당과 대화를 지속하길 원한다면 이러한 청원은 삭제했어야 했다.

자유한국당 해산 주장이 패스트트랙에 대한 격렬한 반대를 보고 불편하게 느낀 여당 지지자들이 홧김에 클릭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좌파 교수 언론인 지식인들 중 상당수가 SNS를 통해 자유한국당 해산을 주장하며 호응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최단 기간에 1백만이 호응하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좌파세력이 ‘보수 척결’ 내지 ‘보수를 불사른다’고 한 말은 단순히 정치적인 구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의 법적 해산으로 대변되는 보수 우파에 대한 군사적 의미에서의 섬멸이 이들에게는 진정성을 가진 간절한 열망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앞으로 보수 우파의 섬멸을 위해 좌파 지식인과 대중 및 권력기관이 총동원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우파 세력은 당장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 등 좋은 관행이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되어 민주주의는 공고화된다. 이번 패스트 트랙 사태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가 착실하고 어렵게 쌓아올렸던 여러가지 민주주의적 관행과 국민들의 기대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민주주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러한 관행과 기대가 사라지게 되면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다시 여러 세력들이 맨몸으로 부닥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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