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둔황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배경지식 제공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실크로드(비단길)는 중국이 과거 경제와 문화를 교류했던 국제 교통로다. 실크로드는 중국 중심부의 도시인 장안(長安)에서 서쪽으로 무수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도시를 지나고 오아시스를 품은 사막을 통과하면서 지중해 동쪽 연안까지 이어진다. 실크로드에 속하는 수많은 도시와 국가 중에서 중국 간쑤성(甘肅省)의 둔황(敦煌)은 더욱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

둔황은 중국에서 서역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실크로드의 흥망성쇠와 그 운명을 같이 했던 교통의 요충지다. 중원에서 인도나 유럽으로 가려면 반드시 둔황을 지나야 했다. 한나라가 둔황에 군(郡)을 설치한 이래로 둔황은 대부분 중국 왕조의 세력권에 속했지만, 중국, 인도, 그리스, 이슬람 문화가 둔황에서 만나 융합했으며, 수많은 민족이 둔황에서 뒤섞여 살았다. 둔황은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유럽과 아시아 문명을 융합한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특히 4세기에서 14세기까지 둔황은 불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둔황 불교의 정수는 막고굴(莫高窟), 천불동(千佛洞), 유림굴(榆林窟) 등 여러 불교 석굴 사원에 있다. 벼랑에 굴을 파고 지은 둔황의 석굴 사원은 중국 불교 예술의 보고로, 화려한 색채의 벽화와 섬세한 조각, 소조 등이 즐비하다. 둔황 석굴에서는 예술품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귀중한 문헌 유물도 출토되었다. 막고굴 장경동(藏經洞)에서 발견된 유물 중에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불경을 비롯해 둔황 지역의 문화 교류와 융합의 역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료가 가득했다.

 

《실크로드 둔황에서 막고굴의 숨은 역사를 보다》의 저자는 둔황 지역의 유적을 보존하고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둔황연구원(敦煌研究院)과 둔황연구원 명예원장인 판진스(樊錦詩)이다.

판진스는 1938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현재 둔황연구원의 명예원장을 맡고 있다. 1963년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후 둔황연구원에서 40여 년을 일했다. ‘둔황의 딸’로 불릴 정도로 석굴 연구 및 보존에 크게 공헌하였다. 저서로 《둔황 석굴(敦煌石窟)》, 《둔황 석굴 전집 : 불전고사화(敦煌石窟全集·佛傳故事畫卷)》, 《중국 벽화 전집 : 둔황편 제3권 북주(中國壁畫全集·敦煌·3·北周卷)》, 《안서 유림굴(安西榆林窟)》 등 10여 종의 둔황 석굴 고고미술학 전문 서적이 있다.

둔황연구원과 판진스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둔황과 실크로드에 관심을 갖고 쉽게 이해하게끔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시대 순으로 둔황과 둔황 지역의 석굴 사원을 대표하는 막고굴의 역사를 촘촘하게 훑으며 설명한다. 둔황이 역사의 무대에 처음 중요하게 등장하는 한나라 때부터 불교문화가 흥성하고 거대한 규모의 석굴이 창건되던 수당 시대를 지나 1천 년 가까이 밀봉되었던 장경동이 운명처럼 세상에 드러난 순간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빼곡하게 담았다.

 

또한 둔황 불교가 한창 융성하던 때 창건된 거대한 석굴들을 누가, 언제, 왜 지었는지 설명하고 석굴 내부의 벽화, 소조상의 상징과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대목은 둔황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배경지식을 전해준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유럽과 일본의 발굴단이 발굴이라는 명목으로 석굴을 훼손하고 주요 유물을 헐값에 사들여 해외로 반출한 사건,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국의 지식인들이 둔황 유적을 도굴과 자연 풍화의 위험에서 지키고 보존하려 애쓴 노력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둔황의 역사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외국의 발굴단은 석굴 벽에 그려진 벽화까지 갖은 방법을 동원해 떼어갔다. 벽화를 떼어낸 석굴 벽이 푹 파여 빈자리만 휑뎅그렁하게 남은 사진은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둔황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면 막고굴의 벽화도 훨씬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책의 번역을 담당한 강초아 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13.67>,<기억나지 않음, 형사>, <S.T.E.P>, <등려군>, <우울증 남자의 30시간>, <망내인>, <낯선경험> 등이 있다.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 [SR(에스알)타임스 SR타임스 ]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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