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66년 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임산부 자기결정권 침해”
-66년 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내년 말까지 개정
-종교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깊은 유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낙태죄가 66년 만에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났다. 2020년까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을 개정해야 하며,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은 단순위헌, 2명은 합헌 의견을 내 헌법불합치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을 한 지 7년 만에 판단이 뒤집혔다. 이로써 낙태죄는 1953년 형법에 규정된 지 66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형법 269조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현행 낙태죄 조항의 효력은 내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되고, 그 이전에 국회는 낙태의 허용 범위 등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자기낙태죄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며 "현행법(모자보건법)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해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임신 22주 내외까지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헌재는 밝혔다.

헌재는 임신 22주 내외부터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은 이에 더 나아가 "임신 14주 무렵까지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 시술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형법 270조 '동의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2012년 8월 재판관 합헌 4대 위헌 4의 의견으로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낙태죄 처벌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합헌 결정 이후 기소돼 형사처벌된 사람들의 재심청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는 공동 보도자료를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관련 부처가 협력하여 금일 헌법불합치 결정된 사항에 관한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가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날 의장 김희중 대주교 명의 입장문에서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이날 헌재 판결에 유감의 뜻을 전하고 관련 후속 입법 절차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는 대변인 허영엽 신부 명의 입장문에서 "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며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생명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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