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인한 대한항공의 오너리스크는 이제부터 부각될 수도 있다. ⓒpixabay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인한 대한항공의 오너리스크는 이제부터 부각될 수도 있다. ⓒpixabay

- 고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을 성장시킨 주역

- 자녀들 내야할 상속세 1,700억~2,200억 원  

- 단기수익 노린 KCGI, 국민연금, 외국인 투자자들 행동 주목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편집위원] 우리나라의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이끌어 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했다. 조 회장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등 일가족의 갑질논란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 진행 과정에서 지병이 악화된 것 같다고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언론들은 특히 대한항공 관계자를 인용, “지난 주주총회 이후 대표이사 선임이 좌절된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다”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8일 오전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오너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대두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 회장의 별세로 인한 오너리스크는 이제부터 본격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일가족 갑질논란이 일어난 뒤부터 많은 언론의 비판을 받고 급기야는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하기도 했지만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경영인이다. 조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은 조 회장을 술도 마시지 않고 별다른 취미활동도 즐기지 않는 워커홀릭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대한항공에만 전념하였다고 한다. 대한항공에만 50년 간 종사한 경력과 국제적인 인맥 등 본인이 항공업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의사결정은 모두 조 회장이 직접 내렸다고 한다. 대한항공을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기로 성장시킨 그의 뛰어난 공로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조 회장의 별세 이후 아들인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젊은 조 원태 사장이 대한항공과 재계 또는 국제항공업계에서 부친인 고 조 회장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조 회장의 지분 상속을 둘러싼 환경도 매우 불확실하다. 조 회장은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8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칼의 지분 중 조 회장 일가의 우호 지분은 28.95%로 다른 기업에 비해 적은 편이다. 조 회장이 17.84%를 보유하고 있고, 조 사장이 2.34%, 장녀 조현아 씨 2.31%, 차녀 조현민 씨가 2.30%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8일 현재 1조8,136억원이다. 조 회장의 지분을 현금으로 계산하면 3,300억 원 수준이다. 현행 상속세는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그리고 조 회장이 가진 대한항공의 일부 지분이나 다른 재산 등을 합하면 최소한 1,700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주식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 20~30%를 적용해 상속세율이 최대 65% 수준에 이른다. 상장기업의 상속세는 주식물납을 할 수 없다.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65%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고 가정하면 2,200억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조 회장의 자녀들이 이만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현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주식으로 납부한다면 자녀들의 지분은 크게 줄어든다.

 

조 회장 일가에 적대적인 펀드인 이른바 KCG의 행동도 관심사이다. 강성부 펀드로도 불리는 KCGI는 조 회장 일가에게는 적대적이다. KCGI의 한진칼 보유지분은 13.47%, 국민연금의 보유지분은 7.34%이다.  조 회장 자녀들의 상속세 납부하기 위하여 상속 주식들을 대량매도하고, 이를 KCGI나 국민연금 등이 인수하여 협력한다면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의 대주주가 바뀌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8일 현재 대한항공의 보유지분은 한진칼 등 조 회장 우호세력 33.35%, 국민연금 11.05%, 외국인 48.65% 이다. 지난 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일부 외국인투자자 및 소액 투자자들과 협력하여 고 조양호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밀어냈다. 이제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의 대주주가 되면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등과 합세하여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대한항공 내부에서 인사와 경영을 둘러싼 각종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KCGI나 국민연금 등은 단기적인 수익 확보가 최대 목표이기 때문에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쪼개 팔거나 중국 등 외국에 매도하려는 유혹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래저래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인한 오너리스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부각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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