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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엽와카집 / 사화와카집(金葉和歌集 / 詞花和歌集) (140수 정선)

■미나모토노 도시요리(源俊頼) / 후지와라노 아키스케(藤原顕輔) 엮음 | 시/일본 | 최충희 외 15인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366쪽│22,800원

 

[SR(에스알)타임스 장의식 기자] 일본 헤이안 시대의 다섯 번째 칙찬 와카집인 '금엽와카집'과 여섯 번째인 '사화와카집'을 함께 엮었다. 국내 초역이다. '금엽와카집' 665수와 '사화와카집' 400여 수 가운데 각 70수씩 140수를 정선해 옮겼다. 

'금엽와카집'은 최초의 칙찬 와카집인 '고금와카집(古今和歌集)'이 제작된 지 220여 년 후, 1126∼1127년경에 만들어진 다섯 번째 칙찬 와카집이다.

앞서 편찬된 '후습유와카집'은 임금의 통치 원리를 정당화하고 당대의 문화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른바 칙찬 와카집의 정치적, 공적 역할을 통해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가고 있던 왕권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 그로 인한 궁중 문화의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의미가 컸다.

반면 '금엽와카집'은 기존 '고금와카집' 시대의 전통을 극복하고 와카를 쇄신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시적 표현에 대한 열망, 더 나아가 와카 자체가 가진 문예성을 체계화, 이론화하는 것에 대한 당시의 관심과 고민이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와카가 가진 공적 정치적 의미의 구현에서 와카가 가진 본연의 문학적 가치 추구에 초점이 옮겨 간 것이다.

'금엽와카집'에 실린 노래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도시요리, 쓰네노부의 노래로 대표되는 참신한 서경가(叙景歌)들이 먼저 눈에 띈다. 영가의 대상이 되는 사물의 본질과 이에 대한 인간의 정감을 우선하는 양식은 기존의 노래들과 구별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독특하고 참신한 착상이나 표현, 취향, 해학을 품은 노래들도 실렸다. 또한 높아진 '만엽집'에 대한 당시의 관심을 반영해, '만엽집'의 가어를 반영하거나 고대의 전원 풍경을 소재로 한 노래들을 수록하고 있는 것 역시도 '금엽와카집'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금엽와카집'의 주류는 여전히 삼대집의 전통과 발상, 표현 기법을 계승한 노래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움을 추구한 노래들이 대부분을 점하고 있었다.

이처럼 '금엽와카집'은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다양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대의 노래 일변도의 가집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세 번에 걸친 선집 과정은 옛 전통과 새로운 변화 사이에서 고민했던 당시의 가인들의 대립과 혼란을 반영하고 있는 점에서 고대와 중세를 연결하는 '금엽와카집'의 과도기적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화와카집'은 1144년, 임금의 자리를 양위하고 인(院), 즉 상왕이 된 스토쿠인이 후지와라노 아키스케(藤原顕輔)에게 하명해 1151년 완성했다. '사화와카집'은 바로 직전의 '금엽와카집'이 완성된 후, 20여 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되도록 소규모의 작품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1151년 초도본(初度本)이 완성된 후, 스토쿠인에게 헌상했지만, 그중 몇몇 노래를 빼고 노래를 정선할 것을 명 받아, 그해 최종적으로 2도본(二度本)이 완성되었다.

'사화와카집'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400여 수로 규모를 억제한 탓에 칙찬집에 노래를 싣지 못한 가인들도 많았고, 그에 반해 수가(秀歌)라고는 볼 수 없는 노래들이 포함되었기에 '사화와카집' 선가에 대한 잡음 역시도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화와카집'은 내용 면에서 슌제의 지적대로 양극단을 달리는 노래들이 다소 눈에 띄지만 그 중간 지점의 노래들, 담백한 서경가(叙景歌)나, 온화하면서도 애틋한 느낌의 노래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사화와카집'에 질적으로 다양한 노래들이 담겨 있는 것을 통해, 당시의 가단이 얼마나 문호를 넓혀 폭넓은 층의 가인들을 포용했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사화와카집'이 고대 와카의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중세 와카로 새롭게 발돋움하기 위한 시행착오와 다양한 모색의 시도 끝에 탄생한 칙찬 와카집임을 웅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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