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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 시선(齊己詩選)

■ 제기(齊己) 지음 | 임원빈 옮김 | 중국 / 시 |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252쪽│18,000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당대(唐代) 시승(詩僧) 중에서 첫째로 꼽히는 제기의 시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참된 깨달음을 논하는 선시(仙詩)는 물론, 현실주의 시가도 뛰어나다.

제기(齊己)는 당대(唐代) 말기에서 오대(五代) 초기까지 활동했던 승려 시인이다. 당대에는 유교와 불교 및 도교가 성행해 사회에 폭넓게 뿌리를 내리면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가 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아울러 승려나 도사 역시 일반 시인들과 왕래하게 되면서 시가를 창작했을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

특히, 당대 말기에 이르러 불교 종파 중에서 선종(禪宗)이 중국화된 불교로 자리 잡게 되면서 선종 계열의 시승이 대거 출현했는데 제기는 당시의 대표적인 시승이라고 할 수 있다.

청대(淸代)의 평론가 기윤(紀昀)은 “당대(唐代) 시승 중에서 제기가 첫째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명대(明代) ≪당시귀(唐詩歸)≫에 기재된 “제기의 시는 일종의 고고하고 웅혼하며 영묘한 기운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속에 품은 능력을 드러낸 것이다”라는 평가를 보면, 제기는 단순히 시승으로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시가 창작의 성취 자체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시가 이론에도 관심을 가져 ≪풍소지격(風騷旨格)≫이란 이론서를 저술했다. 이 저술은 시가와 선종의 관련성을 바탕으로 시가의 창작론, 심미론, 사상성 등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런 이론서의 저술은 그가 오히려 일반 시인들보다 더 시가 창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이론과 창작의 결합을 실천한 시승이라는 점을 알게 한다.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당대 말기로 사회 혼란이 극으로 치달았다. 그의 나이 약 43세 때 당 왕조가 멸망했고 후량(後粱)과 후진(後晋)이 뒤를 이었지만 사회 혼란은 여전했다. 이러한 사회 환경에서 그는 비록 출가한 승려이지만 현실 사회를 도외시하지 않았다.

특히 수많은 사대부들과 왕래하며 그들의 입세 정신(入世精神)에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현실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그의 시가 창작에 나타난 내용을 보면, 비록 중심은 선종과 관련한 내용이지만 현실을 생각하며 고뇌하는 현실주의 시가도 보인다.

구체적으로 제기의 시가 내용을 분석하면, 다양한 인물과의 교유시(交遊詩)가 가장 많다. 이는 당대 시인들의 경향과 일치하는데, 역시 선종과 관련한 인물과의 왕래가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선종과 관련된 내용을 시가로 표현한 선시(禪詩)와 현실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사회시(社會詩)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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