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만드는지식
▲ⓒ지식을만드는지식

■ 거인의 시대: 명 말 중국 예수회 이야기

■ 조지 듄 지음 | 문성자·이기면 옮김 | 문학/서양사/종교사 |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642쪽│35,000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조지 듄이 지은 '거인의 시대: 명 말 중국 예수회 이야기'는 동서 문화 교류사에서 화려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선교사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두 세계를 성공적으로 연결한 선구자였다. 

가톨릭교회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보다 “보편적인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 책에 기록된 주인공들은 베드로와 사도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목도하고 순교의 전도 여행을 떠났던 초기 가톨릭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 동쪽으로 동쪽으로 배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향했다.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 거인이었다. 이들이 활동하던 시대를 저자가 “거인의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1415년 포르투갈이 아프리카 세우타(Ceuta) 점령과 함께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착수하면서 15세기는 세계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세기 중 한 세기가 되었다. 그것은 인류 미래에 엄청난 의미를 지닌 시대, 대발견의 시대였다.

이때, 포르투갈인들이 지팡구라는 전설의 섬 일본으로 가기 위해 마카오 반도에 기지를 건설했다. 이를 발판으로 일군의 선교사들이 중국의 문을 두드렸다. 일본 선교를 개척하고 동방의 사도로 불린 성 프란치스코 사비에르가 중국의 굳게 닫힌 문을 열지 못한 채 광둥의 조그만 섬 상촨다오에서 선종하고, 그 뒤를 이어 발리냐노와 루지에리 등이 잇달아 육중한 성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문을 성공적으로 열고 들어가 본격적인 전교 활동을 개시한 인물이 바로 마테오 리치였다. 그는 뜨겁고 순수한 믿음으로 무장하고 수학과 과학 지식을 도구로 삼아 수도인 베이징에까지 들어가 활발한 전교 활동을 펼쳤다.

리치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롱고바르디, 줄리오 알레니, 트리고, 그리고 리치의 뒤를 이은 아담 샬과 페르비스트 등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배타성 강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초인적인 인내와 불굴의 노력을 통해 기적이나 다름없는 성취를 일구었다.

중국 기독교의 3대 기둥이라 불리는 쉬광치, 리지짜오, 량팅쥔, 이들은 그 기적을 있게 해 준 또 다른 거인들이다. 그러나 이 기적은 예수회의 노선에 반대한 도미니크회와 프란체스코회 수사들이 야기한 백년간의 전례 논쟁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오늘날 거리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맹목적이고 편협한 모습이 겹쳐 보인다. 저자가 예수회 신부인 만큼 자신의 선배들에게 가능한 한 유리하게 서술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선교의 본질과 선교사의 본령을 되묻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비신자를 대하는 신앙인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또한 기독교를 비롯한 오늘날의 모든 종교의 선교사에게, 그리고 문화적, 인종적, 민족적 오만의 장벽을 어떻게 타파해야 할지를 아직 배우지 못한 세계에 들려줄 게 많다.

 

지은이 '조지 듄'(George H. Dunne, 1905~1998)은 예수회 신부이며, 세계교회주의자(Ecumenist)이자 미국 가톨릭 교회의 선구적인 인권 옹호자다. 1932년 곤자가(Gonzaga)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30년대 중반 중국에서 예수회 선교사로 헌신했다.

1944년 시카고대학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예수회 설립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각종 사회 문제의 해법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예수회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신설된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그러나 인종 차별, 특히 가톨릭 대학 내의 인종차별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해임됐다. 그 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로욜라(Loyola)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노조 파업을 지지하면서 다시 해임됐다. 이후 조지타운대학에서 근무한 뒤, 스위스 프리브루(Fribourg)주의 대학 프로그램 책임자로 있다가 1985년 퇴직했다.

그 후에 로스가토스(Los Gatos)에 있는 로욜라 메리마운트(Loyola Marymount)대학 예수회 은퇴사제 공동체에서 살다가 1998년 6월 30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