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의 배신

리 골드먼 지음 | 김희정 옮김 | 교양,과학  | 부키㈜ 펴냄│560쪽│22,000원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지구상에 출현했던 생물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비율은 500종 당 1종, 0.2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인류가 온갖 재앙을 겪으면서도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것에 경외감이 들 정도다.

우리 인류는 육체적으로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능력이 현격하게 뒤떨어지면서도 어떻게 이런 뛰어난 생존력을 지니게 됐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우리의 커다란 두뇌, 즉 지능 덕분이라는 대답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 ‘진화의 배신’의 저자 리 골드먼 박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좀 더 근원적인 요인에 대해 역설적으로 바로 인류의 타고난 육체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동물이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가 더 적합한 유전자 형질을 타고 났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우리 인류의 육체는 다른 동물에 비해 약해보일지는 몰라도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는데 더할 나위없이 최적화된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동물들이 겪는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 등의 위험 속에서 끈질기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몸이 갖추고 있는 열량비축능력, 땀을 흘리는 능력, 살해당하지 않고 회피하는 능력, 빠른 혈액응고 능력 덕분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거 우리를 수십 만년 동안 멸종의 위기에서 지켜줬던 이러한 능력은 현대에 들어와서는 스스로를 질병과 죽음으로 몰아넣는 능력으로 바뀌게 되었다.

인류를 굶주림과 아사로부터 지켜주었던 과식본능은 이제 비만과 당뇨의 원흉이 되었다. 치명적인 탈수를 예방해주던 물과 소금 보존 능력은 고혈압으로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살해 당하지 않기 위한 경계능력과 순종하는 능력은 불안과 우울증이 되어 자살을 부추긴다. 출혈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던 혈전은 뇌졸중과 심장질환을 일으킨다.

저자는 우리 유전자가 현대의 변화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는 인류생존의 전쟁에서는 이겼으나 적응이라는 전투에서는 패배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인류는 진화 역사상 처음으로 맞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또다른 생존의 선택지를 저자는 현대 과학과 의학이라고 말한다. 즉 비만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마이크로바이모 조작 기술, 비만대사 수술 등을 예로 들면서 최첨단 기술로 우리의 생존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에 대한 맹신과 남용은 금물이다.

저자는 “현재와 미래에 개발될 치료법을 신중하게 활용해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도모해야한다”며, “이것은 20만 년에 걸쳐 살아남은 인류가 성공적으로 헤쳐 온 모든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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