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개인적 차원이든 동료와 교감과 소통을 시도하는 공동체 차원이든 대중에게 보여 주고 체제를 비판하는 사회적 차원이든 그라피티 라이터는 공간을 점유하는 와중에 파괴를 위해 창조하는 모순을 경험한다.

라이터는 도시 안 남의 땅을 가로지르면서 잠시 그 공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점유한다. 그라피티를 고안하고 창작하고 스타일을 발전시키면서 결과적으로 타인의 소유물을 파손한다. 물질적·관념적 공간을 생산하고 파괴하고 재생산하는 그라피티는 창조적 파괴 행위다.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은 그림이자 문자이며 행위예술이다.

만약 두 장르를 미술로만 바라보면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이 탄생한 도시 공간이 지니는 의미를 알기 어렵다. 문자적 측면 즉 언어와 상징으로서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이 가진 의미까지 파악할 때 그 의의와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을 창조한 청소년의 현실도 이해할 수 있다.

현대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은 사회와 갈등하던 청소년들이 도시의 벽과 거리에 남긴 그림문자이기 때문이다. 행위예술로서 접근하면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이 대중문화와 사회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대중이 발견하고 자본이 받아들인 이 거리의 예술은 오늘도 일상에 들어왔다가 사라지고 있다. 이 책은 그라피티와 거리예술로 현대의 대중, 도시, 자본, 예술을 설명했다.

 

■ 그라피티와 거리예술
김태형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114쪽│9,800원

 

■ 김태형은 계명대학교 미국학 전공 교수다.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뉴욕대학교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어바인캠퍼스에서 각각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 “Performing Victimhood in Asian American Drama”(2009)에서 아시아계를 포함한 미국 내 소수 민족이 피해자 의식을 체현하는 역사를 드라마를 통해 분석했다. 저서로는 『미국드라마: 공연을 위한 희곡 읽기』(201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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